평창 때 냉랭했던 김영남·펜스, 멕시코에서 또 만난다

입력 2018-11-28 15:49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두번째)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앞줄 오른쪽 첫번째)이 2018년 2월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모습. 김 상임위원장 오른쪽 옆은 김여정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평창=김지훈 기자

북한의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다음달 1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조우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양측 간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번 취임식에는 20여개 국가의 정상급 인사가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취임식 참석 차 28일 출국했다.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 특사로 가 오브라도르 신임 대통령을 예방하고,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멕시코는 2005년 중남미 지역에선 처음으로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특사를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남·북·미·중 4국의 고위급 인사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셈이다. 이중에서도 김 상임위원장과 펜스 부통령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한 인연이 있다. 당시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함께 내려 보냈다. 펜스 부통령과 김 제1부부장 간 청와대 비밀 접촉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회동 두 시간 전에 이를 전격 취소하면서 불발됐다. 김 상임위원장과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때 앞뒤로 앉았지만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그랬던 두 사람이 멕시코에서 정식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행사장에서 마주칠 가능성은 있다. 강 장관과 김 상임위원장의 접촉 가능성도 열려 있다.

강 장관은 멕시코로 가는 길에 뉴욕을 경유해 유엔 본부를 방문한다. 안토니오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 등을 만나 북핵 문제와 대북 제재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오는 30일 시작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수행을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