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브랜드만큼 중요한 게 있었다

입력 2018-11-28 00:08

아파트에도 격이 있다는 걸 이제야 실감했다. 아파트값이 하락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주말 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둘러본 40대 직장인 이민정씨 얘기다. 이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빌라를 팔아 만기된 적금과 중간 정산한 퇴직금을 보태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와 아파트를 보면서 이씨는 아파트 가격이 ‘브랜드’로만 결정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똑같은 아파트라도 단지형이냐 한 채 짜리 단독형이냐에 따라 가격은 확연히 차이를 보였다.

27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강변에 있는 단지형 아파트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5억원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일명 ‘나홀로 아파트’로 불리는 단독형 아파트는 1억원 오르는 데 그쳤다.

똑같은 지역에 부동산 광풍이 불어도 가격 상승률은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 경기장을 지으면서 개발에 들어간 망원동엔 1~4동 짜리 단독형 아파트가 세워졌다. 한강변에 있으면서도 다른 지역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최근 단지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평균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단독형 아파트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다.
물론 빌라와 비교한다면 단독형 아파트의 상승폭도 괜찮은 편이다. 이씨가 5년 전 이 지역에서 1억 5000만원에 구매한 84㎡형 빌라는 2000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이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대출을 더 받아서라도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며 “단지형은 포기했고 단독형 구매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주택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단독형이나 빌라는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투기 목적은 아니더라도 가격 상승이 없다면 굳이 대출을 받아가면서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단지형은 편의 시설들이 다 들어온다는 인식이 있어 사람들이 선호하게 됐고 가격도 높게 형성됐다”면서 “하지만 서울에선 어디든 편의시설과 접근할 수 있어 굳이 단독형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