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모라타(26)가 심각한 부진 속에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며 점유율을 가져가는 ‘사리볼’이 최전방 공격수의 부진으로 퍼즐 하나가 부족한 느낌이다.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은 양 측면에 에덴 아자르와 윌리안을 배치한 4-3-3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최전방 공격수는 단 한자리뿐. 이 자리를 두고 모라타와 올리비에 지루가 경쟁하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모두 제 몫을 해내지 못하며 첼시의 최전방 무게감은 매우 떨어져 보인다. 공격 루트 역시 아자르가 이끄는 2선에 집중돼 있다.
지루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골 맛을 본적은 단 한번이 전부다. 모라타의 존재로 인해 주로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제한된 기회만 받았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실망스럽다. 다만 모라타보다 아자르와 윌리안, 페드로 등 다른 2선 공격수들과의 연계에 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모라타는 12경기에 나서 5골을 기록하며 간신히 체면치레했지만 심각한 경기력 기복을 겪고 있다. 심리적인 압박감과 부담감이 그를 옥죄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과 팬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구단 심리치료사로부터 심리상담까지 받고 있을 정도다.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방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이적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모라타의 장기인 탁월한 헤더가 나올 여지도 적다. 사리 감독 성격상 크로스에 의존하는 롱볼 전개를 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여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1대 3으로 완패했던 25일(한국시간) 토트넘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모라타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함께 전방에서 호흡을 맞춘 아자르, 윌리안과는 불협화음을 내며 단 한 개의 유효 슛 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상대의 전방압박 속에 팀이 중원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자 홀로 고립되는 일이 많아졌다. 어려운 경기 속에 첼시는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했으나 끝내 모라타는 해결해 주지 못했다.
모라타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12경기에서 18회의 오프사이드를 범했다. 모든 선수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상대 수비수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첼시는 수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한동안 대표팀 명단에 들지 못한 모라타는 오랜만에 11월 A매치에 소집됐으나 수차례 결정적 기회를 놓치며 아쉬움만 남겼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지 못했다. 파코 알카세르와 이아고 아스파스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점에서 당분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모라타는 최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블랙홀에 빠진 것 같다. 팬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첼시를 떠나라고 이야기한다”고 힘든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토트넘전 패배는 첼시에 많은 시사점을 가져다줬다. 균열이 없어 보였던 ‘사리볼’에 조르지뉴와 은골로 캉테의 공존 문제 등 문제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팀의 전술적 약점과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 모라타뿐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