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 면목 없고 국민께 죄송” 임종석이 보낸 이메일(전문)

입력 2018-11-26 16:16
뉴시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불거진 청와대 기강해이 논란을 우려한 듯 청와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임 비서실장은 26일 오전 ‘당부의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발송했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든다”며 “최근의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들 알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또 “청와대 구성원들을 독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대통령께 면목 없고,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게 해야겠기에, 스스로 몇 가지 다짐을 하면서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이라며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넘은 시점에서 익숙함, 관성과는 단호하게 결별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는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이고 더 나아가서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이라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께 폐가 되고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 나부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10일에는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만취 상태로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도 발생했다. 아울러 정치자금 불법 수수 혐의 같은 잡음도 있었다. 일련의 사건들로 최근 청와대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 임 비서실장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보낸 글 전문.

일에 몰두해 계절이 변하는 것도 모르고 바쁘실 여러분들께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듭니다.
최근의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들 아실 것입니다.
청와대 구성원들을 독려해야 하는 저로서는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통령께 면목 없고,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번 일이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게 해야겠기에, 스스로 몇 가지 다짐을 하면서 여러분께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넘은 시점에서 일이 손과 눈에 익었을 것입니다.
그런 상태로, 관성이 이끄는 데로 가면 긴장감은 풀어지고 상상력은 좁아질 것입니다.
익숙함, 관성과는 단호하게 결별하십시오.

우리는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입니다.
더 나아가서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입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께 폐가 되고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밉시다.
저부터 앞장서겠습니다.

비서실장 임 종 석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