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보여준 첼시 공략법은 앞으로 첼시를 만나게 될 모든 팀의 교과서가 될 법하다.
첼시는 25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토트넘과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에서 1대 3으로 완패했다. 그들의 시즌 첫 패배다. 이날 패배로 무패행진(8승 4무)을 이어가던 상승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 순위도 토트넘과 뒤바뀌어 4위로 내려앉았다. 110일 만에 패배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공략했던 것은 바로 ‘사리 볼’의 중심인 조르지뉴였다. 그의 봉쇄가 대승을 할 수 있었던 열쇠로 작용했다.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 특유의 축구 스타일을 지칭하는 ‘사리 볼’은 첼시를 과거와 완전히 다른 팀으로 전환시켰다.
이전에 지휘봉을 잡았던 안토니오 콘테와 주제 무리뉴가 모두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했던 반면 사리 감독은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며 점유율을 가져갈 것을 지시했다. 콘테 감독의 스리백을 중심으로 한때 잉글랜드를 풍미했던 첼시는 공격 중심의 포백을 구사하는 팀이 됐다.
공격 상황에서 간격을 좁게 유지하기 위해 조르지뉴가 지닌 임무는 막중했다. 공격권이 넘어간 상황에선 하프라인을 넘어가 강하게 전방압박을 해야 했다. 이전 감독들과 달리 사리 체제에서는 전방에서부터 압박하는 수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중원의 비중이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빠른 패스와 넓은 시야, 뛰어난 기술력을 겸비한 조르지뉴는 4명의 수비라인 앞에 위치해 볼을 전방으로 배달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조르지뉴는 자신의 임무를 짧은 기간 동안 훌륭히 소화해냈다. 첼시의 후방 플레이 메이커로서 경기를 주도해왔다.
토트넘전에선 이러한 조르지뉴의 장점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델레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거센 전방 압박에 공을 소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빌드업 전개과정에서도 불안함이 계속 노출됐다. 이는 통계 수치로도 나왔다. 조르지뉴의 패스 성공률은 이번 시즌 평균 90%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으나 이번 토트넘전은 83%까지 떨어졌다.
조르지뉴가 전방 압박에 고전하자 팀 전체가 공격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전 소속팀이던 나폴리 시절 약점으로 지적돼왔던 느린 발과 불안한 탈압박 능력이 발목을 잡았다. 손흥민의 3번째 득점 장면이 그 예다.
같은 패를 계속 꺼내 들 수는 없는 법. 분명한 약점이 노출된 이상 현재와 같은 전술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긴 힘들어 보인다. 은골로 캉테의 위치 역시 마찬가지다. 캉테는 지난여름 조르지뉴 합류 이후 전진 배치돼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활동 영역이 훨씬 제한됐다. 조르지뉴와 캉테 사이의 공간과 그들의 조합을 두고 고민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첼시는 내년 1월 3일 사우샘프턴전까지 4일여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숨 가쁜 일정에 돌입한다. ‘박싱데이에 우승팀이 나온다’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연말연시까지 이어지는 죽음의 일정이 시즌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중요한 시기를 앞둔 상황에서 사리 감독이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