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화재에 경쟁사 어부지리… KT 사용자, 번호이동 고민

입력 2018-11-26 14:16 수정 2018-11-26 14:19
2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상점에 전날 발생한 KT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 불량으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함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부동산을 찾은 박은정(36·여)씨는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중개업소 사장은 “인터넷도 전화도 안 돼 매물을 확인할 수 없고 집주인과도 연락할 수 없었다”며 약속을 미루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박씨가 중개업소 사장에게 자신의 전화기를 건네면서 문제는 쉽게 해결됐다.

“저는 연결돼요. KT가 아니라서.”
이날 중개업소 사장은 방문지 위치를 검색하고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 때면 박씨의 전화기를 사용했다. 업무를 끝내고 박씨에게 전화기를 돌려주며 중개업소 사장은 “이동통신사를 바꿔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유무선 통신망이 마비되면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어부지리로 떴다. 사고 발생 후 사흘째인 26일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기존 번호는 유지하고 이통사만 바꾸는 번호이동이 대거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업무상 전화와 인터넷이 급한 사람들은 이통사 변경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진우(28)씨는 “신상품 업데이트하고 물건 주문을 받고 배송을 하고 불편접수까지 받으려면 통신이 필수”라며 “완전히 복구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공지를 보고 다른 이통사로 갈아타려고 한다”고 했다.

인터넷에선 주말에도 번호이동을 할 수 있는지 묻는 글들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네티즌은 “주말에도 업무를 봐야 한다. 바로 번호이동이 가능한 곳이 있다면 가맹점이 어디에 있든 갈 것”이라고 물었다.

KT 단일회선을 사용하던 중소형 가맹점도 타격을 입은 뒤 회선망을 갈아탈 것을 고민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망리단길’ 가게들은 지난 주말 장사를 망쳤다. KT망을 사용해 문 앞에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카드 결제는 불가’라는 글을 붙인 가게들은 손님들이 발길을 돌렸다. 간혹 계좌이체로 결제를 대신한다는 곳도 있었지만 KT를 사용하는 손님들이 모바일 뱅킹을 할 수 없어 계좌이체도 불가능했다.

덕을 본 것은 다른 통신사 회선을 사용하는 매장이었다.
이 동네 베트남 음식점은 SKT 회선을 사용하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손님을 받았다. 이 식당 주인은 “평소 주말 손님보다 1.5배 늘었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