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왕’ 뜻밖의 미담… 김구라, 7년째 매달 나눔의 집 봉사

입력 2018-11-21 13:58
개그맨 김구라가 지난 1월 6일 경기도 광주 퇴촌면 나눔의 집을 찾아 일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만나고 있다. 나눔의 집 홈페이지

김구라(48). 서브컬처를 10년 만에 대중문화로 만든 개그맨이다. 한때 인터넷방송에서 막말과 욕설을 콘텐츠로 활용했다. TV 화면이 아닌 인터넷망을 타고 전파되는 ‘B급 문화’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는 과오를 범했다. 그는 제국주의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위안부를 일본 넷우익(극우주의 네티즌)이나 할 법한 표현으로 비하했다.

김구라는 토크쇼와 예능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2년, 과거 발언이 재조명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그때부터 김구라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 방문이 시작됐다. 김구라는 지금도 나눔의 집을 찾아 꾸준히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7년째 계속되는 일이다. 그는 나눔의 집으로 매달 찾아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고 있다. 간식·과일과 같은 물품 후원도 계속한다.

김구라가 지난 3월 24일 나눔의 집에서 일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만나고 있다. 나눔의 집 홈페이지

김구라가 지난 2월 6일 아들 김동현과 함께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나눔의 집 홈페이지

나눔의 집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에서 김구라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어깨를 다독인다. 아들 김동현이 동행하기도 했다. 나눔의 집은 김구라의 방문을 홈페이지에 수시로 공개해 알리고 있다. 나눔의 집은 “김구라씨가 바쁜 일정에도 할머님들을 위해 매달 찾아와 주고 있다. 매번 할머님들의 간식을 챙기고 이야기를 나눈다”며 감사를 표했다.

김구라는 2002년 딴지일보 인터넷 라디오방송 ‘시사 대담’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에 비유했다. 이 발언은 김구라가 지상파·케이블채널에서 출연 횟수를 늘린 2010년 전후부터 논란이 계속됐다. 김구라는 결국 2012년 출연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해 1년여간 자숙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김구라는 매주 나눔의 집을 찾아갔다. 자신의 저서 ‘독설에서 진심으로’의 수익금 전액을 나눔의 집에 기부하기도 했다.

김구라가 지난 1월 6일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만나고 있다. 나눔의 집 홈페이지

김구라가 지난 9월 1일 나눔의 집에서 일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있다. 나눔의 집 홈페이지

김구라는 2013년 SBS 토크쇼 ‘힐링캠프’에서 “할머니들을 처음 뵙고 죄송하다고 용서를 빌었는데 ‘앞으로 더 잘하면 되지’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원래 방송에서 ‘따뜻함을 느꼈다’와 같은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 할머니들의 손을 잡는데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나눔의 집을 찾아갈 때마다) 그분들에게서 오히려 기를 받고 온다”고 말했다.

‘이미지 세탁’이라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김구라의 진심을 읽었다. 같은 해 5월 김구라에게 감사패를 안겼다. 김구라는 그 이후에도 매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찾아가고 있다. 말로 끝나지 않고 7년째 이어진 그의 사과는 최근 SNS상에서 다시 회자됐다.

김구라는 나눔의 집 봉사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구라의 소속사인 라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1일 “김구라가 나눔의 집 봉사와 관련한 인터뷰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면죄와 용서는 대중 앞에서 생색낼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진심어린 사과에 10억엔으로 가격을 매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김구라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