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위하여(@08__hkkim)’ 트위터 계정 주인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아니냐는 의혹은 네티즌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이를 최초로 조사하고 퍼트린 것도 이들이었다.
2013년 생성된 ‘정의를 위하여(@08__hkkim)’라는 트위터 계정은 어느 순간 ‘혜경궁 김씨’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당을 가리지 않고 다른 정치인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세월호 유족을 언급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해당 트위터 주인이 올해 6·13 지방선거를 앞둔 4월 3일에 올린 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전현희 의원이 전해철 의원을 지지한다는 트윗을 올리자 “트위터에 있는 인간들이 민심은 아냐 그치?ㅋㅋㅋ”라고 비꼬았다.
그러자 한 네티즌은 “이 분? 늘 궁금했는데 혹시 김혜경씨세요?”라고 적었다. 의심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집요하기로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궁찾사’(혜경궁 김씨를 찾는 사람들)라고 불렀다.
‘궁찾사’는 남다른 수사력으로 해당 트위터 계정 주인이 김씨일 것으로 추정했다. ▲여성이라는 점 ▲성남 분당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 ▲음악을 전공했다는 점 ▲둘다 휴대폰 번호가 44로 끝난다는 점 ▲이메일 주소가 비슷하다는 점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는 점 ▲S대 출신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후 증거수집 사이트인 ‘혜경궁닷컴’이라는 홈페이지가 만들어졌고, 지방 선거를 앞둔 지난 5월엔 현상금이 걸린 신문광고까지 등장했다. 이정렬 변호사는 ‘궁찾사’ 회원 3000여명과 함께 해당 트위터 주인으로 김씨를 지목해 고발했다.
경찰 역시 17일 해당 트위터 주인은 김씨라고 결론냈다. 경찰은 2013년 초부터 해당 계정에 올라온 트위터 4만여 건을 7개월간 전수조사하고 김씨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트위터 글 아래 ‘안드로이드폰에서 작성된 글’이라고 찍힌 부분이 2016년 7월 중순부터 ‘아이폰에서 작성된 글’로 바뀐 점을 찾아내고, 김씨가 비슷한 시기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밖에도 이재명 지사 트위터와 부인 김씨의 카카오스토리, 또 문제의 트위터 등 세 계정에서 비슷한 시각 같은 사진이 올라온 사례를 여러 건 파악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수만 개의 글 중에 아니라는 증거가 더 많을 텐데 경찰이 비슷한 거 몇 개 찾아 꿰맞추고 있다”고 적었다. 또 “카카오스토리와 트위터를 비교하거나 트위터 내용을 보아 아내 김혜경이 아니라고 볼 만한 자료를 발견하면 제보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경찰이 가혹한 망신주기·왜곡수사·먼지털기에 나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이 맡긴 권력을 사익을 위해 불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