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남자 아이인 P는 과제가 주어지면 자신감이 없이 “전 못해요” “하기 싫어요” 라는 말을 자주한다. 심지어 시험을 보고도 점수가 마음에 안 들면 숨겨 놓고 엄마에게 보여드리지 않거나 점수를 거짓으로 고쳐서 보여드린다.
“정말 억울해요. 친구들에게 이런 고민을 얘기하면 ‘아이가 성적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 거 아니니? 부모가 성적 갖고 너무 야단 친 거 아니니?’라고 말하는 데, 저희 부부는 아이의 공부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평소에도 아이를 야단치는 일이 거의 없고 칭찬만 하는데 말이예요”
실제로 엄마, 아빠의 행동을 관찰해보니 말 그대로였다. 아이와 같이 그림을 그릴 때도 그 나이 또래면 다 당연히 그릴 수 있는 걸 과장되다 싶게 칭찬을 하고 “정말 잘 그리는 구나” “엄마 아빠보다 잘 그리는 걸” “최고야”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아이는 조금만 어려운 걸 그리는 순서가 되면 엄마에게 해달라고 요구하였고 금세 그림놀이에 싫증을 내고 하지 않으려 했다.
아이의 부모는 모두 엄격한 부모님 아래서 성장했다. 부모님 모두 칭찬이라고는 해주시는 법이 없었고, 잘못한 일에 대해 호되게 야단만 쳤다. 부모에게 칭찬 받고, 인정 받는 것이 소원이었다. 두 분이 외동인 P를 낳고는 자신들의 부모처럼 키우진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기를 살려 주려고 어지간한 일로는 야단 한번 친 적이 없었다.
칭찬이 어떻게 효과를 내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칭찬을 계속하면 때론 엉뚱한 결과를 낼 수 있다. 먼저 아이가 칭찬을 들을 때 어떤 마음인지를 알아야 한다. 칭찬은 아이들에 격려가 되기도 하지만 엄청난 부담이 된다. 칭찬을 들었는데 다음에 ‘잘하지 못할 까봐, 상대를 실망 시킬까봐’ ‘생각보다 별로네’ 라는 반응이 나올까봐 전전긍긍한다. 어려운 과제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P처럼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
칭찬의 방법에 대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먼저 간단한 지능검사를 실시하고 학생들을 '지능'을 칭찬하는 A그룹과 '노력'을 칭찬하는 B그룹으로 나누어 시험 점수에 대한 칭찬을 해 주었다. 지능을 칭찬 받은 A그룹에는 “머리가 좋구나” “대단하네” 등 높은 점수와 똑똑함을 강조했다. 노력을 칭찬한 B그룹에게는 “열심히 노력했구나” “앞으로도 지금처럼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야” 등을 강조했다. 그런 다음 비슷한 수준의 문제를 주면서 아주 어려운 문제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지능 칭찬 A그룹의 아이들은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고 좌절하는 반면, 노력 칭찬 B그룹아이들은 해볼 만한 시험이었다고 말했다. B그룹은 노력하는 과정, 태도에 방점이 있었기 때문에 내적인 동기 유발이 가능했던 거다. 성적의 향상도 노력을 칭찬 받은 B그룹에서 월등했다. 그러니 칭찬을 하려면 노력하는 태도, 좌절을 인내하는 점, 힘들어도 끝까지 마무리하는 자세 등을 짚어주자.
실제로 전문적인 놀이 치료에서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칭찬은 금기에 가깝다. 칭찬은 평가의 의미를 내포하고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아이가 레고 블록을 갖고 노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이는 자기 나이에 맞는 놀잇감을 선택할 수도 있고, 지나치게 어렵거나 쉬운 놀잇감을 선택할 수도 있다. 놀잇감 종류에 상관없이 아이를 칭찬해주면 아이는 자기에게 맞는 장난감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놀이를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고 느낄 수 있다. 블록을 하나 집어 드는 것에 대해 칭찬을 한다면 아이는 블록으로 집을 만드는데 집중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혹은 집을 만든다 해도 맞는 블록을 골라 제 자리에 쌓으려는 노력이 필요치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아무 거나 무조건 갖고 놀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블록으로 어떤 모양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는 무조건 쌓고 무너뜨리고를 반복하려고 할 수 있다. 엄마가 엉뚱한 행동에 대해 칭찬을 했기 때문이다. 칭찬은 바람직한 행동, 그래도 또 했으면 하는 행동에 대해서 해주어야 한다. 레고 블록을 갖고 노는 것은 아이가 즐겁기 위해 하는 놀이이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놀도록 두면 된다. 굳이 칭찬을 해주고 싶다면 아이의 행동 중에 칭찬할만한 행동, 이를테면 도움을 덜 요청한다거나
그래?”
"그런데 왜 엄마는 그만큼 안 해줬어? 그 집 애들이 부럽더라. 역시 칭찬을 많이 받은 애들은 달라...’ 이런 말을 기다리던 나는 다음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 집 애들이 제일 힘들어. 자기 나이는 일곱 살인데 열두 살이 하는 어려운 것 하겠다고 우기고, 어렵다고 다른 것 하라고 해도 말을 안 들어. 그래서 꺼내주면 하나도 못 맞추면서 일일이 다 도와달라고 그래.”
“그래서? 끝까지 맞춰?”
“아니. 한두 개 맞추고 부수고, 몇 개 더 맞춰주고 다른 애 봐주고 오면 다 흩트려 놔서 결국 하나도 못 맞추고 가.”
“그런데 엄마가 칭찬을 많이 해준다고?”
“블록 하나 집어들 때마다 정말 잘 하는구나 그러고, 하나 끼울 때마다 어쩜 그렇게 잘하니 그러던데. 그런데 애들이 왜 다른 집 애들보다 더 말을 안 듣고 블록을 못 맞춰?”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시험 결과 노력 칭찬 B그룹은 첫 시험에 비해 평균 성적이 30% 이상 높아진 반면 지능 칭찬 A그룹은 평균 점수가 20% 정도 떨어셨습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
캐럴 드웩교수는
"노력을 강조하면 아이들은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게되지만, 지적 능력에 대해서는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칭찬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뛰어다니지 않는 등 좋은 행동에 대해 해주면 된다.
“동생이 안방에서 자니까 거실에서 놀자. 네가 거실에서 노니까 엄마가 걱정하지 않고 너와 놀 수 있어서 좋구나.”
“어려운 걸 잘 맞췄구나. 지난번에는 이만큼 하고 나서 힘들다고 그만 했는데 잘 참았네.”
“놀고 난 후에 블록을 정리했네. 엄마가 식사만 차리면 되니까 훨씬 편하구나.”
장난감을 정리하고, 힘든 걸 참는 것, 그리고 장소를 가려서 노는 행동은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고, 가족을 배려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칭찬받을만한 행동이 맞다. 이처럼 사려 깊은 칭찬은 아이로 하여금 좋은 행동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준다고 시도 때도 없이 해주는 칭찬은 자신감을 키워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력을 잃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