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민사소송 항소심 재판장에게 직접 전화해 “잘 살펴봐 달라”며 사실상 선처를 요구한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직접 대담하게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새로 드러난 것이다.
임 전 차장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15년 8월 홍 의원이 피고인 민사소송의 항소심 재판장에게 ‘홍 의원 사건을 잘 살펴봐 달라’고 요구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당시 임 전 차장의 요구를 받은 재판장은 주심판사에게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행위가 명백한 ‘재판 개입’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당초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임 전 차장은 일방당사자인 홍 의원의 입장을 반영한 재판 진행 및 판단을 검토하도록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의 이같은 행위는 홍 의원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그해 3월 임 전 차장에게 해당 소송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임 전 차장은 3월과 5월 두 차례 민사소송의 승소 가능성과 진행 경과, 예상 결과 등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휘하 심의관에게 지시했다. 그는 이 보고서를 홍 의원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이 민사소송은 ‘사해행위 취소 소송(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려 빼돌린 재산을 찾기 위한 소송)’으로, 사업가 A씨는 2013년 10월 홍 의원을 상대로 서울북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9월 패소했다. A씨는 바로 항소했고 3년여에 걸친 항소심 끝에 지난해 8월 일부 승소했다. 임 전 차장의 요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가 임 전 차장 퇴임 이후까지 선고를 지연시켰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임 전 차장은 2016년 11월 홍 의원의 요청을 받고 홍 의원이 걸려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에 대한 ‘컨설팅’도 해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