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4세 여성 10명 가운데 7명이 불필요한 유방X선검사(맘모그램)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방X선 검사를 받은 젊은 여성의 70% 정도는 잦은 유방촬영에 따른 방사선 노출로 오히려 유방암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림성모병원은 20, 30대 여성의 유방암 검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병원은 1년 이내 건강검진을 받은 25~34세 직장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국내에서는 일반 여성의 경우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해 40세부터 1~2년 간격으로 유방X선 검사를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증상이 없는 여성의 경우 20, 30대의 유방 촬영은 유방암 진단율이 극히 낮을 뿐 아니라, X선 노출로 인해 유방암 위험도 높일 수 있어서 권고되지 않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유방촬영술을 최초로 받아야 하는 나이를 40세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결과, 유방암 검진을 받은 25~34세 여성 68.9%가 건강검진시 유방촬영술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유방암학회의 검진 권고안과 20,30대 젊은 여성의 유방암 검진 실태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건강검진 시 유방촬영술을 받은 이유로는 10명 가운데 1명(11%)만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어서’라고 답했다. 반면 ‘단지 직장인 검진에 포함돼 있어서’라는 응답은 71.4%에 달했다. ‘본인이 원해서’란 응답도 41.8%를 차지했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전 분당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은 “유방 검진은 연령에 따라 적합한 방법으로 실시돼야 한다. 특히 유방촬영술의 경우 20, 30대 여성에게는 유방암 위험도를 높일 수 있어 반드시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 후 진행돼야 한다”며 “특별한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방촬영술을 받았다는 것은 젊은 여성 대다수가 연령에 맞는 적합한 검진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 30대 여성의 경우 유방 조직이 치밀해 유방촬영술의 정확도가 감소할 수 있다. 또 유방의 활동이 왕성한 시기로 방사선에 매우 민감해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외에는 유방촬영술을 권하지 않는다. 만약 20, 30대 여성이 유방촬영술을 할 경우 정확도 감소 및 유방암 위험도 증가에 대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유방촬영술을 받은 여성의 70.3%가 유방촬영 전 ‘유방암 위험도가 증가 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20, 30대 여성이 유방촬영을 할 경우 정확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 역시 5명 중 2명(37.4%)이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많은 의료기관에서 20, 30대 젊은 여성이 유방촬영술을 받을 경우 동반되는 주의사항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에 따른 유방암 검진 시기에 대해서도 20, 30대 젊은 여성의 잘못된 인식 실태를 보여준다. 유방촬영술을 최초로 시작해야 하는 시기를 알고 있느냐는 설문에 85.6%가 모른다고 답했으며 단 14.4%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방암학회가 권고하는 최초 유방촬영술 실시 나이를 40세를 꼽은 응답자는 7.2%에 불과했다. 92%가 40세보다 어린 나이를 선택해 생각보다 많은 여성이 어린 나이에 유방촬영술을 시작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25~34세 여성의 유방암 자가검진율은 여전히 낮았다. 응답자 4명 중 3명(74.2%)이 자가검진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5.8%만 자가검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병원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많은 20, 30대 여성이 단지 직장에서 제공한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유방촬영술을 받고 있다는 점은 물론, 유방촬영 전 유방암 위험도 증가 및 정확도 감소 등에 대한 의료진의 설명이 매우 부족하다는 현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면서 “유방암은 고위험군이 아닌 이상 자신의 연령에 맞는 검진 방법을 택해야 하며 증상이 있는 경우 반드시 일반 검진센터 등이 아닌 유방외과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