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위해 소속팀을 옮겼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주류를 이루던 선수들 사이에 녹아들긴 쉽지 않았다. 조급할 법도 했지만 차분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확실하게 보여줬다. 축구 국가대표팀 살림꾼 기성용 얘기다.
뉴캐슬은 11일 오전 0시(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에서 본머스를 상대로 2대 1 승리를 거뒀다. 이번 시즌 첫 2연승을 올리면서 승점 9점으로 강등권을 벗어나 14위에 안착했다. 11경기 연속 무승으로 최악이었던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중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기성용에겐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그가 그라운드를 풀타임으로 누비기까지 무려 70일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간 그를 외면했던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의 마음을 어느 정도 돌렸다는 방증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년간 활약했던 경험과 정교한 롱 패스를 마음껏 선보였다. 기성용은 이날 중원에서의 압박보다는 좌우 측면으로 파고드는 윙어들에게 안정적으로 볼을 배급하는 데 집중했다. 기성용의 발끝에서 시작된 패스는 뉴캐슬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그간 베니테스 감독은 기성용에게 쉽사리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마지막 선발출전이었던 9월 2일 맨체스터 시티전(1대 2패)에 나선 이후로 지난달 28일 사우샘프턴과의 맞대결(0대 0)까지 무려 두 달여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완전히 전력 외로 분리돼 잊히는 듯했다. 승격 첫해였던 지난 시즌 10위로 마무리 지으며 팀의 선전을 이끈 주역들인 존조 셸비와 모하메드 디아메가 전적으로 중원을 도맡았다. 점유율보다는 안정된 수비에 중점을 두고 철저하게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에만 집중하고 있는 뉴캐슬에서 기성용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7일 왓퍼드전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셸비의 부상으로 기성용에게 새로운 역할이 부여된 것이다. 셸비의 부상에 교체 투입된 기성용은 프리킥 상황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아요세 페레스의 득점을 도왔다. 교체 투입돼 많은 시간 그라운드를 누비진 않았지만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줬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활동량이 많고 투지 넘치는 디아메와 달리 화려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는 기성용의 시너지는 훌륭했다. 서로가 서로의 빈자리를 메웠다.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를 전담했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그의 킥은 대부분 동료에게 그대로 향했다. 전반 40분 살로몬 론돈의 추가 골 상황도 기성용의 정확한 롱패스가 첫 시작이었다.
셸비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뉴캐슬의 첫 옵션은 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성용 역시 베니테스 감독의 분명한 선택지가 됐다는 것이다. 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탄 선발 선수들을 계속해서 기용할 가능성도 크다. 묵묵히 때를 기다렸던 기성용에게 기회가 왔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