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폭력 당했냐?” 피해사실 물으면 ‘2차가해’

입력 2018-11-07 15:16
게티이미지뱅크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묻거나 소문을 전달하는 것도 ‘2차 가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양현주)는 경찰관 A씨가 경기도 남부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징계 수위가 적절하다”며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같은 부서 여성 경찰관인 B씨가 사내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되자 A씨는 B씨에게 ‘상사가 너한테 성추행이나 성폭행한 게 있냐’ ‘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등의 발언을 했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소속 경찰청 징계위원회는 A씨에게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해임 통보를 했다. A씨는 이후 소청심사를 통해 강등으로 감경받았지만 불복소송을 했다.

재판부는 “A씨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계급 낮은 20대 여성 경찰관에 대해 성폭력에 관련된 ‘2차적 가해행위’에 해당하는 발언을 반복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소속 및 직무를 고려할 때 평균인은 물론 다른 경찰 공무원에 비해 높은 ‘성인지 감수성’이 요구된다”며 “A씨의 주장과 같이 피해 경찰에게 조언하려거나 소문을 전달하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더라도 사회 통념상 상대방에게 심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을 경미한 과실에 의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