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랩터스의 세르지 이바카(29)는 예상보다 빠르게 전성기가 끝났다고 평가됐던 선수다. 케빈 듀란트, 러셀 웨스트브룩이라는 강력한 공격 옵션을 데리고 있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최강의 수비수로 정평이 나 있었다. NBA 최고의 수비수임을 증명하는 올 NBA 디펜스 퍼스트팀에도 3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2014-2015시즌 부상을 당한 뒤 이전만한 수비능력을 보이지 못하다 2016년 올랜도 매직으로 이적했다. 이후에도 기대이하의 성적을 올린 뒤 토론토로 트레이드 되는 등 풍파를 겪었다. 한때 무려 평균 3.7개를 기록하던 가공할 블록슛 수치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토론토와 3년 계약을 맺고 맞은 첫 해인 지난 시즌도 그의 활약은 변변치 못했다. 76경기평균 27.5분 동안 나서 기록한 12.6득점은 2012-2013시즌 이후 가장 낮았다. 6.3리바운드는 데뷔해인 2009-2010시즌 이후 최저였다. 데뷔 시즌 경기당 18분여만 출전했던 것을 감안하면 커리어 중 가장 낮은 수치라고 봐도 무관했다.
그런 이바카는 5일(한국시간)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경기 전 전망은 좋지 않았다. 팀의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리그 최고의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가 있는 LA 레이커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레너드의 활약은 필수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토론토에는 이바카가 있었다. 센터로 출장한 이바카는 경기 초반 안정적인 미들슛과 3점슛을 연달아 넣으며 기세를 올렸다. 이어 카일 라우리와의 연계 플레이로 3점 플레이를 성공시키더니 상대의 공을 스틸해 득점까지 성공시켰다. 직후에는 오펜스 리바운드를 잡은 뒤 곧바로 뱅크슛을 넣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1쿼터 3분 50여초를 남기고 나왔다. 3점슛라인 앞에서 공을 받자마자 르브론을 앞에 두고 돌파를 시도한 이바카는 이어 카일 쿠즈마까지 제치고 멋진 투핸드 덩크를 성공시켰다. 1쿼터가 끝난 뒤 양팀 점수차는 25점(42-17)이었다. 이바카는 모든 야투를 성공시키며 20점을 기록했다.
이바카의 활약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은 세 쿼터에서도 14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3쿼터 중반에는 골밑에서 혼자 서 있던 라우리를 발견하고 완벽한 패스를 찔러주는 등 ‘팀플레이어’로서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34득점을 기록한 이바카는 자신의 통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평균 득점도 18.1점이 돼 현재까지 통산 최다다. 이바카의 활약에 힘입어 토론토는 레이커스를 121대 107로 크게 이겼다.
이바카는 경기 뒤 “진 경기에서 점수를 많이 넣는 것보다 팀이 이긴 것 자체가 기쁘다”며 “내가 오늘 뛰어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팀이 승리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닉 널스 토론토 감독은 “이바카는 오늘 두 명이 달려들어도 골을 넣었다”며 “그는 인내심을 갖고 좋은 플레이들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