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적 상상력에 극적 연출을 더한 작품들이 안방극장을 물들이고 있다. 드라마에 부는 리메이크 바람이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을 기반으로 만든 tvN 드라마 ‘미생’(2014)은 많은 사랑을 받은 웹툰 드라마 중 하나다. 오로지 바둑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장그래’가 프로 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렸다. 사회 초년생의 애환을 절절히 그려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를 필두로 ‘치즈인더트랩’(2016)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등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지난 9월 15일 종영한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도 웹툰을 기반으로 각색한 드라마다. 외모지상주의의 폐단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이 작품은 웹툰 연재 당시에도 화제가 됐다.
이런 리메이크 바람은 원작의 재미가 이미 검증됐다는 점과 더불어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다음 두 작품도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셀프 휴직녀의 현실 공감 드라마 올리브 ‘은주의 방’
드라마 ‘은주의 방’은 인생이 제멋대로 꼬인 셀프 휴직녀 심은주가 셀프 인테리어에 눈뜨며 방을 고쳐가는 과정에서 망가진 삶도 회복해 가는 인생 ‘DIY'(DO IT YOURSELF) 드라마다. 은주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직, 자취, 썸 등 20~30대 여성들의 현실을 생생히 그린다.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주인공 심은주 역은 ‘응답하라 1988’로 대중에게 각인된 배우 류혜영이 맡았다. 화제 속에 지난 10월 30일 종영한 ‘백일의 낭군님’에서 무연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재영과 영화 ‘곤지암’에서 주연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박지현, 뮤지컬 배우 윤지온 등이 캐스팅됐다.
극 중 심은주는 전직 편집 디자이너로 큰 프로젝트를 맡으며 승승장구했지만,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오는 벽을 넘으려 무리하다 건강과 인망을 모두 잃고 백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셀프 인테리어에 눈을 떠 망가진 방을 고쳐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자신의 삶을 회복해간다.
브라운관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김재영은 심은주의 동창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서민석 역으로 류혜영과 호흡을 맞춘다.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심은주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그의 모습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박지현은 심은주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악연으로 극 중 대립각을 이루는 인물인 류혜진 역을 맡아 대중들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킬 예정이다. 윤지온은 탄탄한 몸매와 잘생긴 외모를 갖춘 미남에 풍족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나 성격마저 원만한 완벽남 양재현 역을 소화한다.
‘은주의 방’은 ‘백일의 낭군님’ 촬영팀에, ‘비밀의 숲’ 연출부, ‘김비서가 왜 이럴까’와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후반 작업 스태프까지 가세해 원작의 매력을 담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작품.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699년 동안 나무꾼을 기다린 선녀가 선사하는 코믹 판타지물 ‘계룡선녀전’
사전 제작된 tvN 드라마 '계룡선녀전'은 699세 계룡산 선녀이자 바리스타인 선옥남이 현대를 사는 두 명의 남편 후보를 만나 과거의 비밀을 알아가는 코믹판타지물이다. 문채원, 윤현민, 서지훈 등이 캐스팅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 중 문채원은 선녀폭포에서 날개옷을 잃어버려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채 699년 동안 남편이 환생할 날만을 기다리는 계룡산 '선녀다방'의 바리스타 선녀 선옥남 역을 맡았다. 선옥남은 느긋하고 따스한 성품과 엉뚱한 성격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사랑받는 인물이다.
윤현민은 극 중 정이현 역을 맡아 매끈한 외모와 비상한 두뇌를 지녔지만 매사 투덜대고 의심하며 유난스러운 결벽증까지 가진 생물학과 교수를 연기한다. 서지훈은 모범생 훈남이지만 공부 빼고는 모든 게 어설픈 허당 김금 역을 맡아 옥남을 따뜻하게 보살펴 준다.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 관계자는 “웹툰이 드라마 산업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웹툰 드라마는 새롭고 신선한 소재, 탄탄한 서사를 기반으로 이미 독자 반응을 통해 재미를 검증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웹 콘텐츠인 원작 특유 재미와 드라마 플랫폼의 매력을 모두 살려내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