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세상] “15억 낙찰” 동시에 찢어진 그림… 소더비 경매장서 벌어진 일 (영상)

입력 2018-10-07 17:00
뱅크시 인스타그램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고가의 그림이 낙찰과 동시에 찢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6일(현지시간) 거리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가 104만 파운드(약 15억4000만원)에 낙찰된 직후 액자 밑으로 떨어지며 갈기갈기 찢어진 하루 전 소더비 경매장의 황당한 사고를 보도했다. 문서파쇄기와 같은 형태의 장치가 액자 프레임 하단에 설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시는 세계 곳곳의 담벼락에 풍자적인 그라피티를 그리는 영국 출신 예술가.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풍선과 소녀’는 뱅크시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캔버스 천 위에 소녀와 하트 모양의 풍선이 그려져 있다.

소더비 경매장의 사고는 뱅크시의 고의로 행해진 ‘사건’으로 확인됐다. 뱅크시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소더비 경매장에서 ‘풍선과 소녀’ 낙찰 전후의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올리고 “파괴하려는 충동은 곧 창조의 충동”이라는 피카소의 말을 덧붙였다.

뱅크시는 이 영상에 “몇 년 전 그림이 경매로 나갈 것을 대비해 액자에 파쇄기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뱅크시로 추정되는 인물이 액자에 파쇄기를 설치하는 장면, 경매장에서 그림이 찢어지자 관객들이 경악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았다. 뱅크시의 이런 ‘자백’을 앞두고 경매장 측도 누군가가 리모컨으로 액자 내 기계장치를 작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뱅크시는 미술 경매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판매를 목적으로 창조된 작품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거리 예술 작품을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경매의 매물이 손상되면 구매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뱅크시의 장난이 작품의 가치를 오히려 증대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더비 경매장의 수석 디렉터인 앨릭스 브란크칙은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그림이 자동으로 찢기는 일이 처음으로 발생했다”며 “낙찰자와 함께 다음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