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증명도 오갔는데 이제야?” 암수살인 측 사과에도 뿔난 유족

입력 2018-09-21 17:44
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실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수살인’이 구설에 올랐다. 유가족 동의 없이 사건을 영화화했다는 것이다. 제작사 측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뒤늦게 말했지만, 유족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족 측 변호를 맡은 정재기 유앤아이파트너스 변호사는 21일 “유족들은 내용증명이 오고갈 때까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다가 언론을 상대로 죄송하다고 하면 그게 진정한 사과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라고 뉴스1에 밝혔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유족들이 이 사건의 영화화를 알게 된 것은 8월말쯤이다. 인터넷에서 영화 홍보 자료를 봤다고 한다. 이후 배급사에 연락했지만, 배급사 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라는 문구를 영화에 넣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유족이 홍보영상을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며 “실제 사건과 동일한 살인장소와 방법, 묘사가 그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07년 11월 26일 부산에서 발생했다. 길을 걷던 A씨가 행인과 어깨를 부딪쳤고, 행인이 갑자기 흉기를 꺼내 A씨를 찔렀다. A씨 동생 B씨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사건이 지방 신문에 나고 묻혔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B씨는 “제작진이 사건 발생 연도만 2012년으로 바꿨을 뿐 대부분 실제 그대로 묘사돼 가족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암수살인 제작사 필름295는 공식자료를 내고 “유가족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마케팅 및 홍보 과정에서도 유가족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유가족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감독, 배급사, 제작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암수살인은 수감된 살인범의 추가 범행 자백을 들은 형사가 이를 믿고 수사에 들어가는 내용이다. 배우 김윤석, 주지훈이 주연을 맡았다.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