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팬 관심 끈 짝퉁 하든과 필리핀 아담스

입력 2018-08-28 16:09
NBA 스타들의 닮은꼴로 주목받은 필리핀 농구 국가대표 스탠리 플링글(왼쪽)과 크리스찬 칼 스탠다딩거. AP뉴시스

‘허재호’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에서 격돌한 필리핀은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활약 중인 조던 클락슨의 합류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필리핀 선수 중 클락슨만 화제였던 것은 아니다. 스탠리 플링글(31·185㎝)과 크리스찬 칼 스탠다딩거(29·203㎝)는 NBA 슈퍼스타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키츠), 스티븐 아담스(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닮은꼴로 각각 유명세를 탔다.

이번 대회 플링글은 필리핀의 ‘짝퉁 하든’, 스탠다딩거는 ‘짝퉁 아담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플링글은 턱수염을 길러 하든과 흡사한 외모로 주목받았다. 스탠다딩거는 아담스처럼 긴 머리를 묶고 코트에 나섰다.

조던 클락슨.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이들은 그간 국내 농구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이지만 닮은꼴 외모에 수준급 실력을 겸비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여기에 클락슨의 이름이 ‘조던’인 이유로 조던-하든-아담스로 이어지는 “필리핀의 NBA 3인방”이라는 농담도 나왔다.

클락슨은 한국과의 8강에서 25점으로 필리핀 에이스 역할을 하며 고군분투했다. 플링글은 27분27초를 뛰며 3점슛 2개 포함 14점 3어시스트, 스탠다딩거는 28분38초의 출전시간 동안 16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플레이스타일도 각각 닮은꼴인 NBA 스타들과 비슷했다.

필리핀 농구 국가대표 스탠리 플링글(왼쪽)과 NBA 휴스턴 로키츠의 슈퍼스타 제임스 하든. AP뉴시스

플링글은 미 해군 출신 아버지와 필리핀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가졌다. 군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한국과 일본에서 잠시 생활한 적도 있다. 여섯 살 때 일본에서 농구를 시작했고, 벨기에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리그를 거쳐 필리핀농구리그(PBA)에 데뷔했다. 2014 P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글로벌포트 바탕 피어에 지명됐다. 지난해 필리핀 3x3 농구 대표팀에서 활약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5x5 대표팀에 합류했다.

필리핀 농구 국가대표 크리스찬 칼 스탠다딩거(왼쪽)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스티븐 아담스. AP뉴시스

스탠다딩거는 독일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뒀다. 독일 분데스리가 농구리그에서 활약하던 그는 지난해 홍콩리그를 거쳐 올해 P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산미구엘 비어맨에 입단했다. 2014년에는 NBA 드래프트에 지원해 꿈의 농구 무대를 노크하기도 했다. 다만 스탠다딩거는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