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3시간이다. 2016년 OECD기준 한국 직장인 평균 통근 시간은 58분임을 감안했을 때, 3배에 가까운 시간을 출퇴근에 할애하는 한국의 직장인인 것이다. 이 3배에 가까운 시간 동안 현장에서 실제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는 글쓴이는 지하철에서 본인의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관련 내용들을 스마트 폰 메모장에 남기기 시작했다. 그 메모장에 모인 내용들은 또 다른 글쓴이인 경영학 박사의 손을 거쳐 한 권의 마케팅 책, '회사 살리는 마케팅'으로 선 보이게 됐다.
3시간의 출퇴근을 하는 글쓴이는 고속 승진을 하거나 외국의 명문 MBA를 나오거나 한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밑에서부터 남들과 같은 속도로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는 마케터이기에, 마케터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글 속에 녹여내 평범한 마케터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책을 완성한 것이다.
시중의 많은 마케팅 책은 여러 가지 성공한 마케팅 케이스들과 이론, 뛰어난 마케터들의 얘기로 마케팅 방향성을 제시한다. 대학교 때부터 마케팅을 공부하고 다수의 마케팅 공모전에 참여해 다수의 수상경력도 가졌으며, 10년째 현장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는 글쓴이는 늘 책 속에 나와있는 마케팅과 현장에서의 괴리감에 고민했고 ‘나는 왜 저들과 같은 마케팅을 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 늘 생각했다.
글쓴이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본인은 책 속에 등장하는 뛰어난 마케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마케팅 성공의 핵심은 기발한 아이디어나 재미있는 광고, 이상적인 브랜드 전략보다도 ‘회사’라는 ‘조직’에 달려있다는 것. 이 두 가지였다. 일반적으로 회사 내에서 마케팅 부서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제품을 만들고 알리는 역할을 주로 한다.
그런데 이 브랜드의 방향을 제시하고 제품을 만들고 알리는 건 마케팅 부서 혼자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 모든 부서의 도움을 받고 협의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글쓴이는 마케팅 성공의 핵심은 ‘조직’에 달려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월등히 뛰어난 마케터들과 그러한 마케터들을 보유한 회사는 ‘조직’이 마케팅 성공의 핵심이라는 얘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학자로 평가받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조직의 목적은 평범한 사람들이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뛰어난 사람의 수는 항상 적고 일정하지 않아 그들에게 의존할 수 있는 조직은 없기 때문이다"
뛰어난 마케터를 가진 조직은 그들만의 힘으로 대단한 마케팅 성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마케터를 가진 조직은 평범한 마케터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뛰어난 소수의 마케터에게만 의존한다면 그 조직은 얼마나 불안정한 조직인가. 평범한 마케터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곧 회사의 마케팅 능력을 높이는 길이며, 그것이야말로 회사가 갖고 있는 인적자원을 최대로 활용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평범한 마케터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책은 현장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케터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대변하고 있으며, 스토리텔링 형태로 구성되어 읽기 편하게 돼있다. 또한 각 스토리마다 문제되는 상황과 개선안을 제시해 놓았다. 한 회사의 마케팅 이야기를 편하게 읽고 나면 마케터의 고충과 개선책에 대한 소중한 한 가지 시각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