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비극’은 언제쯤 끝이 날까.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야권은 총파업을 선언해 내부 분열 조짐마저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언론과 외신들은 야권이 정부의 화폐개혁에 반발해 이날 하루 동안 총파업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야권의 호소에 이날 베네수엘라 주요 상권이 몰려있는 지역은 평소보다 문닫은 가게도 많고 왕래하는 시민들도 부쩍 줄어들었다. 야권 지도자인 안드레스 벨라스케스는 “국민의 60%가 총파업에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달에만 물가상승률이 8만%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기존 화폐의 액면가를 10만 대 1로 절하하는 화폐개혁을 20일 단행했다. 기존 화폐인 ‘볼리바르 푸에르테’를 대체할 ‘볼리바르 소베라노’라는 신권도 도입키로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고지한 새 화폐의 환율은 달러당 60 소베라노 수준이다.
하지만 야권은 화폐개혁만으로는 인플레이션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정권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 폭탄’을 활용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공작이 현장에서 저지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살인적인 물가 문제와 국내 정세 혼란을 이유로 남미 전역으로 살길을 찾아 뿔뿔히 흩어지는 중이다. ‘남미 집시’, ‘남미 난민’으로 불리는게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현재 처지다.
베네수엘라의 경제문제는 국제유가의 하락과 더불어 시작됐다. 국제유가는 2011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고유가 시대를 맞았다.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인 베네수엘라는 고유가 시대에 재정이 크게 확충되자 국가 재정을 확대했지만 2015년 이후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국고가 비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화폐를 마구 찍어 유통시켰고, 결국 이는 볼리바르화의 가치 폭락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현재 상황으로선 베네수엘라를 위기에서 건질 수 있는건 국제유가의 상승밖에 없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매장량으론 세계 1위의 자원부국이다.
지난 20일 기준 국제유가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정유업계는 중동의 감산 정책 등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