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 “안희정 무죄, 미투 운동에 찬물 끼얹어”… 민주당은 ‘침묵’

입력 2018-08-16 14:02
3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7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 소관 안건에 대해 제안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미투 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개인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 의원은 재판부의 이번 판결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했고, 여전히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을 엄격하고 협소하게 해석했다”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를 또다시 좌절케 했다”고 적었다.

정 의원은 또 “재판부는 판결의 책임을 현행법상의 한계로 인한 ‘입법의 몫’으로 미루었으나, 자신들의 협소한 법 해석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이번 판결은 여성들에게 ‘성범죄 피해는 있지만, 증거가 없으니 가해자는 없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고 꼬집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4일 안 전 지사의 1심 판결에서 “간음행위 당시와 관련한 피해자의 진술에 기초해서 사안을 보더라도, 이른바 ‘No means no rule’(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에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법)이나 ‘Yes means yes rule’(상대방의 동의 의사가 없었는데도 성관계로 나아가면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법)이 입법화되지 않은 현행 우리 성폭력범죄 처벌 법제 하에서는 안 전 지사의 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며 “이와 같은 처벌체계 도입 여부는 입법론적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은 재판부가 안 전 지사의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에게 “얼어붙은 해리 상태에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데 대해 “(재판부가) 전형적인 피해자상, 피해자다움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는 삶이 파탄지경에 이르고, 죽을 때까지 저항해야만 성폭력 피해로 인정한다는 과거의 잘못된 통념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 의원은 “재판부가 성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고, 국민들의 법 감정과 변화된 성 의식과 무관하게 처벌 기준을 적용해 사법 정의와 인권실현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잃어버렸다”며 “적극적 법 해석을 통해 수많은 성범죄 피해자의 용기에 정의롭게 응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투 피해자의 용기 있는 외침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마지막까지 피해자와 함께 연대할 것”이라며 “미투 운동이 지속되고 성폭력 문제가 끝까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14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위력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피감독자 간음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이 사건은 위력 등에 의한 성폭행으로 볼 수 없으며 (피해자인 김 전 비서가) 충분히 자기결정권 행사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 전 지사를 기소한 서울 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에서는 정 의원의 개인 의견문을 제외하고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과 관련해 16일까지 어떤 공식 논평도 나오지 않고 있다.

우승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