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터키의 외교갈등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은 터키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을 통해 경제제제에 나섰지만 터키는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 맺어진 양국간 동맹 관계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양국간 분쟁의 단초를 제공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 문제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모두 사법 처리 대상”이라며 일축했다고 터키 언론들이 전했다.
터키 정부가 “브런슨 목사의 석방은 없다”고 밝히자, 미국은 “잊지 않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날 열린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터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어떻게 대우했는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술 더떠 “브런슨 목사를 석방해도 터키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런슨 목사는 터키에서 교회를 운영하던 중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 및 간첩죄로 터키 당국에 체포돼 구금됐다. 터키 정부가 테러 집단으로 지정한 쿠르드 단체를 브런슨 목사가 지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브런슨 목사는 현재 건강상태 악화로 가택연금 중이다. 지난 14일 이즈미르 법원은 그가 낸 석방요청에 대해 “가택 연금이 지속될 것”이라며 거부했다. 브런슨 목사가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미국은 브런슨 목사 문제를 대화로 풀기보단 힘으로 압박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실제 시행하면서 양국간 갈등은 극에 치닫는 분위기다.
미국이 사실상 터키에 대한 경제제제에 나서자 터키의 리라화는 폭락하고 물가는 들썩이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터키가 브런슨 목사의 석방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터키 정부 역시 결사항전의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