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에서 돈을 벌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조업과 건설을 제외하고 서비스업종으로 해외에 나가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은행들도 외국에 나가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의 현지 금고와 주재원들 월급 주는 역할 정도를 하고 있다.
하물며 보건의료서비스는 노동집약적 전문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러므로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일단 자신들의 사명(mission)과 비전(vision)을 바로 세우고,이를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모두 같이 알고 마음 속에 새겨야 한다. 사명이란 ‘우리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이며 비전은 ‘중장기적이고 현실적으로 성취 가능한 구체적 목표’이다.
그런 다음 존재의 이유를 확실하게 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가치(core value)를 만들어서 대표 책임자부터 계약직 청소부까지 모두 공유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다른 문화권의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명, 비전, 가치를 공유하지 않으면 조직이 콩가루가 된다.
한 직장에서 월급을 많이 주거나, 직원들을 절절하게 감동시키거나, 혹은 그 직장에서 일하면 배울 것이 있어서 자신이 성장 발전할 수 있다면 그 직장에 직원들은 충성을 한다.
그러나 돈은 항상 모자라며, 사람들을 매번 감동시킬 수도 없고,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항상 가르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지향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이런 기본을 바탕으로 생존 전략과 성공 전략을 짜야 한다. 생존 전략이란 적어도 기본은 해서 인정을 받고 망하지 않도록 바닥을 다지게 하는 전략을 말한다.
중동 지역은 아직 보건의료 시장이 충분히 발달한 곳이 아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성형외과를 차리고 나서 안면윤곽성형 전문 수술만을 해서 성공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오는 환자들을 성의있게 잘 봐줘서 뭔가 다른 인상, 이를 테면 아주 세련되고 전문적이라는 직관적인느낌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초가 탄탄하다는 확고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 따라서 처음엔 돈이 안 되는 피부의 단순 봉합을 위해 내원한 환자라도 이런 기본 원칙에 입각한 최선의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평판이 쌓이면 입소문이 나고 환자들이 몰리게 된다.
한국의료도 현지 사람들에겐 여럿 중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다. 이미 유럽 각국들과 호주,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들의 이름을 단 병의원들이 즐비하다.
처음에 이들 현지인들은 한국의료에 대해 간을 보러 온다. 이때 바로 이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고 뭔가 다르다는 강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
인구 집단으로는 약 1만명 정도의 한국 교민들이 생존 전략의 일차 대상들이다. 자국의 교민들에게 외면 당하는 의료 기관이 결코 살아 남을 수가 없는 동시에 한국 교민들은 개원 이후 바로 내원해 줄 수 있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생존 전략과 더불어 남들보다 비교 우위에 있어 경쟁력이 있는 성공 전략을 짜야 한다. 두바이에는 한국에서도 최근에야 알려진 첨단 의료 신기술을 제공한다고 광고, 선전하는 병원들이 많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직 서툴고 부족한 경우가 꽤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인공수정이다.
이슬람권은 일부다처제이고 4번까지 결혼이 가능하다. 이혼을 하면 결혼을 더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여성의 경우 나를 지켜 주는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아들이다. 동아시아권 만큼 남아선호 사상이 강하다.
자식을 낳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성을 감별해서 임신을 하는 것도 불법이 아니다. 국가도 인구가 늘기를 바란다. 출산도 많이 하고 누구나 꼭 아기를 낳길 바라며 국가도 출산을 장려한다.
그래서 산부인과는 성업 중이다. 산부인과의 기본을 잘 제공하면서 한국이 특별히 잘 하는 체외인공수정을 통한 임신이 가능하도록 최고의 의료기술을 제공한다면 승산이 있다. 이때 기본적인 일반 산과나 부인과 치료는 생존 전략이고 인공수정은 성공 전략이 된다.
옛날에는 말 타고 낙타 타고 더운 날씨에 이동하며 살던 유목민들이 이젠 차를 타고 다닌다. 운동량은 적고 먹는 것들은 훨씬 좋아졌다. 후식으로 아랍식의 달콤한 디저트를 즐긴다. 그래서 당뇨가 많고 당뇨에 의한 합병증이 많다.
특히 당뇨병에 의한 콩팥기능 장애로 혈액투석을 하게 되는 환자들도 많다. 정부의 최대 관심사이다. 당연히 치과 문제도 많다.
근친 간의 결혼이 가능하고 지역 내의 특별한 유전적 성향으로 인하여 혈액질환도 많다고 한다. 암 수술이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그리고 장기 이식은 주로 해외에 나가서 치료하고 돌아온다. 관절이나 척추 수술도 수요가 많고 치료 후에 재활치료 시설도 부족하다. 할 일이 많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도전해 볼 만한 의료시장이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