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김지은, 1심 무죄 선고에 엇갈린 표정

입력 2018-08-14 15:14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된 순간, 재판장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안 전 지사는 옅은 미소를 띤 채 변호인과 악수를 나눴고, 전직 비서 김지은(33)씨는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안 전 지사는 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2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7차례의 공판 끝에 안 전 지사가 김씨를 위력에 의해 성폭행한 게 아니라고 봤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4일 오전 10시35분 1심 선고공판을 시작했다. 안 전 지사는 감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김씨는 2분 정도 먼저 법정에 나타나 변호인 옆에 앉았다. 그는 여느 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만 응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분량이 방대해 요약 설명하고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계속 눈을 감고 판결 내용을 들었다. 김씨는 미동이 없었다. 잠시 뒤 “피고인 안희정에게 무죄를 선고한다”는 1심 판결이 내려졌다. 방청석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 방청객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이 나라에는 정의가 없다!”고 소리쳤다.

김씨는 판결 직후 신속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안 전 지사는 무죄가 선고되는 순간 안경을 벗고 눈가를 매만지더니 변호인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약 5분간 대화를 나눈 뒤, 안 전 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 밖으로 나갔다. 방청석에 있던 안 전 지사 지지자들은 “지사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명되는 유력 정치인이고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위력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성적자유가 침해되기에 이르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가 위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던 것은 맞으나 이번 사건을 성폭행 범죄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 3월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안 전 지사는 이후 도지사직 사퇴와 정치활동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김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김씨는 무죄선고가 내려진 뒤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굳건히 살아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하겠다. 권력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따라 정당하게 심판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