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재
소아시한의원 대표원장
요즘 같이 어린이의 키 성장에 대해 학부모의 관심이 많았을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키 성잘발달이 중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가지표 통계를 봐도 우리나라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의 경우 평균 키는 2005년 149.1㎝에서 2015년 151.4㎝ 로 10년 사이 2㎝가 훌쩍 자란 것으로 조사돼 있다. 그만큼 키가 작은 아이를 가진 학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이들 성장부진 문제, 어떻게 풀어가는 게 옳을까.
사실 성장의 문제는 성장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고 성장판이 열려 있는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의 키가 작다면 미리 서두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의 성장은 30%정도가 유적적인 요인이고 70% 정도가 후천적인 요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습관과 환경을 잘 관리해 준다면 자녀의 키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는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아이들이 키가 크지 않는 후천적인 요인은 대부분 잘못된 환경과 습관에서 비롯된 병인(病因)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잘못된 환경과 생활 습관은 정상적인 체내의 기혈순환을 막아서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 분비의 리듬을 깨고 성장 호르몬의 분비를 막으며 아이의 키 성장을 방해한다고 보는 까닭이다.
한방에서 보는 어린이 성장부진의 병인은 식적 노권 칠정 음허 담음 등 크게 다섯 가지로 구별된다.
먼저 식적이 있는 어린이는 식탐이 많고 밥을 급하게 먹는 습관이 있다. 식적이 있으면 먹은 음식이 키 보다는 살찌는 곳으로 가기 쉽다. 이 경우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습관은 음식을 급하게 먹는 것이다.
노권은 기운이 없는 것이다. 노권이 있는 아이들은 운동을 하던 공부를 하던 쉽게 지치고 밥을 맛있게 먹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경우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칠정이 있는 어린이들은 신경이 예민하고 겁이 많거나 잠을 깊게 못자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칠정이 있다면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서 벗어나주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많은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
음허를 가지고 있는 어린이들은 열이 많아서 더위를 타거나 찬 음료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열이 많은 만큼 에너지 소모도 많아서 음식을 많이 먹지만 먹은 양에 비해서는 성장이 잘 되지 않는다. 음허가 있는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열이 많다고 해서 너무 찬 것을 많이 먹이면 안 되며 되도록 미지근한 정도의 온도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먹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담음이 있는 어린이들은 평소 어지러워하거나 가슴이 답답해지고 속이 메슥거린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평소에 운동을 꾸준하게 시켜주면서 순환을 도와주어야 한다.
성장판 검사를 했는데 아이의 예상키가 너무 작게 나왔다면 걱정만 하지 말고 우리 아이에게 어떤 병인이 있는가를 먼저 살피고 그 병인이 만들어진 습관과 환경을 바꾸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