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빚잔치’…美 “참여국에 IMF 지원 차단”

입력 2018-08-08 17:2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 중 상당수가 빚더미에 올라 있는 등 위기에 빠졌다고 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일대일로 참여국에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201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위험도 분류(Country Risk Classification)’에 따르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78개국의 평균 국가위험도는 7점 만점에 5.2점으로 나타났다. 신흥국의 평균 국가위험도가 3.5점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국가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주로 경제 상황이며 전쟁 가능성과 자연재해도 포함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78곳의 평균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또는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는 수준인 ‘Ba2’로 매겼다.

최근 일대일로 참여국의 부실 위험이 드러나고 있는 이유는 무리하게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 미 국제개발원조 전문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는 일대일로 참여국 중 23곳이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에서 자금을 과도하게 빌린 탓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FT는 “파키스탄 스리랑카 라오스 말레이시아 몬테네그로 등이 부채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문제에 부딪혔다”며 “그들이 중국에 진 많은 빚을 갚지 못할 것으로 보이거나, 일대일로 인프라 사업이 수익 창출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OECD 국가위험도 분류에서 7위에 오른 파키스탄은 이미 10여 차례 IMF에서 구제 금융을 받았을 정도로 부채 규모가 심각하다. 알렉스 홈스 캐피탈 이코노미 연구소의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파키스탄은 대규모 중국 인프라 프로젝트와 관련해 막대한 자본재를 수입해 지불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는 2010년 중국으로부터 차관을 받아 남부 지역에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했지만,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적자만 쌓여 지난 12월 운영권을 중국에 넘긴 바 있다.

중국과 무역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은 여러 나라에게 빚을 떠넘기는 이 일대일로 사업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미 상원의원 16명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일대일로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지금,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위기에 놓인 국가들이 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묻는 서한을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 보도했다. 189개국이 참여하는 IMF에서는 최대 출자국인 미국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서한의 파급력은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란다 엘라가르 IMF 대변인은 서한을 받은 후 “IMF는 국가에 대한 대출을 결정하기 전 항상 부채 지속가능성을 엄격하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주축인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보여주는 그래픽. 국민일보DB

2013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을 중심으로 육상과 해상에 새로운 실크로드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거대한 경제적 통합 프로젝트로 평가되며 사업의 일환으로 세계 곳곳에서 철도 항만 도로 댐 등이 건설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에서 실권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