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 입은 여성은 우체통” 막말한 전 英외무 “사과 안해”

입력 2018-08-08 13:37


이슬람의 전통 복장 ‘부르카’를 입은 여성에 대해 “은행 강도처럼 보인다”고 밝힌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런데도 존슨 전 장관은 자기 뜻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존슨 전 장관의 측근은 7일(현지시간) BBC에 “그의 견해가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럽다”며 “우리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존슨은 6일 일간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덴마크의 공공장소 내 부르카·니캅 착용 금지를 언급했다. 그는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을 “우체통처럼 보여 우스꽝스럽다” “은행 강도처럼 보인다”고 표현해 무슬림 단체와 야당뿐 아니라 보수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당 내 무슬림 포럼은 “존슨 장관의 발언이 지역사회의 관계성을 해칠 것이다”며 “존슨 전 장관은 보수당을 이끌겠다는 야망에 무슬림을 발판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주 재미없는 농담이다”며 “존슨 전 장관의 유머 감각이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알리스테어 버트 영국 외무부 부장관 역시 존슨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불쾌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브랜든 루이스 보수당 의장 역시 트위터를 통해 “버트 부장관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무슬림 여성 최초로 영국 내각에 자리한 새위다 왈시 전 보수당 당수는 “공격적이고 고의로 도발적인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존슨 전 장관에 대한 당내 징계를 촉구했다. 그는 “부르카에 대한 토론은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슬람 여성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고 밝혔다.

나즈 샤 노동당 대변인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향해 “보수당에 이슬람 혐오의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문제가 발생한 지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메이 총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르카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복식 가운데 하나로서 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통옷 형태이다. 2010년 4월 벨기에 하원이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포함, 신원을 확인할 수 없게 하는 옷이나 두건 등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부르카 착용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다. 프랑스는 2016년에는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2016년 7월 스위스의 티치노주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덴마크는 8월 1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캅을 포함해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장을 착용할 수 없도록 했다.

원은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