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두 자르딤, 이쯤되면 감독이 아니라 마술사

입력 2018-08-07 13:03
AP뉴시스

“달걀을 사 오면 오믈렛을 만들었다.”

AS모나코의 레오나르두 자르딤(43) 감독의 발언이다. 자르딤 감독은 4일(한국 시간) 매년 발굴한 선수들을 잃는 상황에 대해 한숨을 내쉬며 이와 같이 말했다.

그는 다가오는 시즌에 대해 “내가 모나코에 합류한 이후로 가장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며 다소 비관적인 예측을 하기도 했다. 파리 생제르맹과 올랭피크 리옹을 비롯해 올림피크 마르세유와 릴, AS 생테티엔 등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경쟁팀을 그 이유로 들었다.

자르딤 감독의 말 대로다. 파리 생제르맹은 프랑스 무대를 넘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힐 정도로 강한 선수단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른 팀들 역시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하지만 모나코는 매년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모나코는 2016-17시즌 리그1 우승을 한데 이어 지난 시즌에는 2위를 지켜냈다. 모나코의 현재 상황을 감안했을 때 매우 훌륭한 성과다.

모나코가 자르딤 감독이 이끄는 지난 두 시즌간 선수단 판매로 본 수익은 무려 도합 7200억여원에 이른다. 네이마르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이적료인 킬리안 음바페(약 2340억원)를 시작으로 토마스 르마(약 910억), 벤자민 멘디(약 750억원), 베르나루드 실바(약 650억원), 파비뉴(약 585억원), 티에무에 바카요코(약 525억원), 테렌스 콩골로(약 260억원), 무크라트 디아카비(약 130억원), 수알리오 메이테(약 130억원), 주앙 무티뉴(약 74억원), 라시드 게잘(약 70억원)이 그 뒤를 잇는다.

이렇듯 모나코에선 자르디 감독의 지도 아래 수많은 신성들이 등장했다. 달걀을 사 오면 오믈렛으로 만들었다는 자르딤 감독의 발언은 절대 과장이 아닌 셈이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모나코의 선수 수익은 그의 유망주 활용과 선수를 보는 안목이 만들어낸 성과다. 유망주뿐만 아니라 부상으로 선수생활의 나락에서 해매고 있던 라다멜 팔카오를 다시금 정상의 자리로 되돌려놨다. 모나코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한 이들은 대부분 유럽 각국을 호령하는 굴지의 클럽들로 이적했다.

매번 힘겹게 키워낸 선수들을 뺏기면 감독으로서 의지를 상실할 법 하지만 자르딤 감독은 달랐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감독과 작별하게 된 첼시와 아스날 등이 자르딤 감독을 원한다는 보도가 잇따랐으며 특히 황사 머니를 앞세운 중국 구단이 천문학적인 수치의 연봉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자르딤 감독은 모나코에 남는 것을 택했다. 지난 6월 구단과 2020년까지 재계약을 하며 “나는 이 구단과 도시와 함께한다는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매년 가속화되는 유럽 축구의 이적시장 흐름 속에서 자르딤 감독의 존재는 더욱 특별하다. 다가오는 시즌 역시 주축으로 활약했던 파비뉴와 르마가 이탈한 상태에 새로운 팀을 꾸려나가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았다. 하지만 우려 속에도 자르딤 감독이 그간 보여준 성과는 앞으로의 모나코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자르딤 감독의 손에서 탄생할 신성이 다음은 누가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생겼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