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대가 입학시험에서 여성지원자들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감점해 여성 합격자수를 줄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일본 여의사협회 마에다 요시코 회장이 입장을 밝혔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 대학의 의학과 일반입시는 1·2차 시험으로 구성된다. 1차 시험은 수학·영어 등의 시험으로, 여기서 합격하면 2차 논술 시험을 치른다.
그런데 대학 측은 지난 2월 1차 시험 결과에서 여성 응시자들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감점했다. 1차 시험 응시자는 남자 1596명, 여자 1018명이었는데, 1차 시험 합격률은 남자가 18.9%(303명), 여자가 14.5%(148명)이었다. 이후 2차 시험 이후 최종합격률은 남자 8.8%(141명), 여자 2.9%(30명)으로 남자가 월등히 많았다.
이 같은 여성 차별적인 입학시험 조작은 2011년부터 계속돼 왔다고 대학 관계자는 전했다. 2010년 합격자 중 여성이 40%가량을 차지하며 전년도 여성 합격자 비율(약20%)을 크게 넘어선 것이 계기였다. 여성 합격자가 늘어나자 그 수를 낮추기 위해 대학은 점수 조작을 단행했다. 실제로 2011년 이후 여성 합격자 수는 30% 전후를 유지했다.
도쿄의대 관계자는 “여성은 대학 졸업 후 출산과 육아로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암묵적인 이해였다”라고 밝혔다.
이런 해명에 일본여의사협회 마에다 회장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은 2016년 4월 여성활약추진법을 시행해 국가 정책으로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학시험에서 부당하게 저지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한 최초의 여성인 오기노 긴코의 이야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마에다 회장에 따르면 오기노 긴코는 1870년 19세의 나이로 의사를 지망했지만 의학을 배울 수 없었고, 사립 학교에 입학하는 데까지만 9년이 걸렸다. 졸업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었으며, 시험을 보는 데도 2년이 걸렸다. 마에다 회장은 “그로부터 140년 이상이 흐른 오늘날에도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울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며 “오기노 긴코도 분명 현 상황을 보고 놀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의과대학 입학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65년 10%를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보였지만, 1995년 30%로 나타난 이후에는 현재까지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마에다 회장은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여성 의대생의 비율이 50%를 넘겼지만, 전체 비율이 변하지 않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이직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회적 풍토에 대해서는 “여성도 이직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일하는 방식 개혁’은 과로사 예방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별을 불문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이뤄져야 한다”고 적었다.
공익 사단법인 일본 여의사협회는 2007년부터 남녀 공동 참여 사업위원회를 설립하고 ‘의학을 지향하는 여성을 위한 경력 심포지엄’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여성 의사가 계속 일하는 데 필요한 환경에 대한 강연과 토론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의학 개혁을 호소하고 있다. 마에다 회장은 “앞으로도 이 활동을 계속하고 차세대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이나 근무 환경을 빼앗기지 않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