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A는 이번 시즌 역시 유벤투스의 독주가 예상된다. 유벤투스는 세리에A 7연패와 더불어 코파 이탈리아에서도 4번 연속 우승하며 4시즌 연속 더블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1995-96 시즌 마지막으로 들어 올렸던 유럽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되찾기 위해서다. 객관적인 전력상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고 있는 이탈리아 무대를 제패하는 것은 더 이상 성공의 척도가 되지 못한다.
이러한 열망을 드러내듯 유벤투스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데려왔다. 이적료는 1억 유로(약 1322억원)로 2022년까지 4년 계약이다. 호날두는 명실상부한 챔피언스리그 사나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5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최다골 등 각종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6년 연속 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기도 하다.
호날두 뿐만이 아니다. 엠레 찬과 마티아 페린, 주앙 칸셀루를 영입하며 여름 이적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임대생 신분이었던 더글라스 코스타도 완전 이적으로 데려왔다. 베테랑 센터백 레오나르도 보누치 역시 친정팀인 유벤투스로 복귀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마시밀리아로 알레그리 감독은 “이적 시장이 닫힐 때, 유벤투스는 역대 가장 강력한 스쿼드를 구축할 것이다”며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수층의 두께와 탄탄함만 놓고 봤을 때 숙원이었던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제패하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하지만 숙제 역시 있다. 새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호날두를 필두로 한 공격진 조합과 보누치로 인해 서열이 꼬여버린 수비진 정리다. 원활한 볼 배급을 해줄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 역시 마지막 퍼즐로 남겨져 있다. 과연 호날두의 이적으로 새로 태어나게 된 유벤투스는 어떤 모습일까.
◆ 호날두의 합류, 더욱 강력해진 공격진과 수비진
호날두의 이적으로 유벤투스의 공격진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이탈리아 리그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지불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스타인 그를 벤치에서 썩혀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호날두 이적이 반갑지 않은 선수도 생겨났다.
우선 유벤투스는 곤잘로 이과인을 AC밀란 임대로 보낼 생각이다. 임대 조건에는 완전 이적 조항도 포함됐다. 이과인은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지난 두시즌간 105경기에 나서 55골 11도움을 기록하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호날두 영입하기 전까지 이탈리아 축구 역사상 최고 이적료 기록 보유자기도 했다.
호날두의 이적으로 입지를 완전히 잃게 된 이과인은 과거 나폴리에서 함께 했던 마우리시오 사리 첼시 감독의 러브콜도 있었지만 그간 몸담아 왔던 세리에A에 남는 것을 택했다.
알레그리 감독은 지금쯤 공격진 조합에 대해 한창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공격진들의 이름값만 보면 엄청나다. 호날두와 파울로 디발라, 더글라스 코스타와 마리오 만주키치,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에 후안 콰드라도까지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친 장신의 젊은 공격수 안드레아 파빌리까지 데려왔다.
공격진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측면 공격수의 자리를 두고 베르나르데스키와 콰드라도, 코스타와 디발라가 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호날두의 백업자리는 만주키치와 파빌리가 두고 싸운다.
유벤투스의 수비진은 나무랄 데가 없이 단단한 모습이다. 공격진 못지 않는 안정감을 자랑한다. 어느덧 선수생활 황혼기 나이에 접어든 지오르지오 키엘리니와 안드레아 바르찰리가 매 경기에 나서긴 힘들지만,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메드히 베나티아와 새로이 임대에서 복귀한 마티아 칼다라가 있다. 이에 더해 보누치의 합류가 유력하다.
인터 밀란 임대 생활서 잠재력을 폭발 시킨 주앙 칸셀루의 복귀 역시 큰 힘이 된다. 칸셀루는 지난 시즌 세리에 후반기 베스트를 차지했을 정도로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좌우를 모두 소화하며 항상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왔던 마티아 데실리오까지 버티고 있다.
왼쪽 풀백은 알렉스 산드로가 든든히 지키고 있다. 비록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적설이 불거져 있긴 하지만,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산드로를 보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드로 역시 호날두의 이적으로 기대감이 더해진 유벤투스를 떠나 맨체스터로 향할 이유가 없다.
골키퍼는 20년 가까이 골문을 지켜왔던 잔루이지 부폰이 떠났지만 대표팀 내에서 잔루이지 돈나룸마와 함께 부폰 후계자 자리를 다투고 있는 페린이 합류했다.
◆ 유벤투스의 10번, 디발라의 자리와 공격진 조합은?
무엇보다 상황이 난처해진 것은 등번호 10번의 주인공 디발라다. 비록 호날두의 7번이 있다 해도 유벤투스 팬들에게만큼 10번은 더욱 특별하다. 미셸 플라티니와 로베르토 바조,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등이 거쳐간 10번은 유벤투스의 전통이자 상징과도 같다. 최근에는 카를로스 테베즈와 폴 포그바가 10번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만큼 유벤투스의 10번을 단다는 것은 팀의 스타 플레이어라는 상징과 막대한 책임감이 뒤따른다.
디발라는 리오넬 메시를 연상시킬 만큼 방향회전이 잦은 드리블을 구사하며 쉽게 압박을 풀어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하지만 전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알레그리 감독은 지난 시즌 4-2-3-1, 4-3-2-1, 4-3-3 등 다양한 전술을 실험했다. 디발라는 2선으로 내려앉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측면 공격수 등 다양한 자리를 오갔다. 무엇보다 걱정거리였던 것은 디발라와 이과인의 조합이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동료이기도 한 이들의 조합은 큰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플레이스타일과 선호하는 경기 리듬이 다르기 때문이다. 간결한 패스를 선호하며 한방을 노리는 이과인과 공을 몰고 다니며 전진하려는 성격이 강한 디발라는 공존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디발라는 차기 발롱도르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출중한 선수임엔 분명하지만, 그만큼 활용하기 어려운 선수이기도 하다. 호날두를 원톱에 위치시키고 측면 공격수 자리에 두자니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으며 투톱 역시 동료 공격수와의 좋은 연계를 보이지 못한다. 그렇기에 호날두와 디발라, 코스타를 앞세운 스리톱과 호날두를 최전방에 세워 디발라를 살짝 내려 위치시킨 알레그리 감독 특유의 변형 투톱 시스템 또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격진 포메이션 구성에 있어 모든 고민을 해소시킬 수 있는 것은 공을 지키면서 전진시킬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의 영입이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루카 모드리치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유벤투스가 포그바의 영입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미랄렘 피아니치와 사미 케디라는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며,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는 이미 전성기가 지나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를 기용하는 알레그리 감독의 전술에서 전진성을 갖춘 미드필더의 보강은 필수적이다.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못한다면 호날두와 디발라를 어떻게 공존시키느냐가 새로운 시즌 유벤투스의 성공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송태화의 인저리타임
인저리타임. 전광판의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송태화 기자가 함성소리에 스며드는 이야기를 전하는 스포츠 연재입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