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세 아이들 10명 가운데 3명에서 성인기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높은 혈압과 혈당, 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요소들이 2~3개 겹쳐 있는 상태인 ‘대사증후군’ 유사 상태가 성인기 뿐 아니라 이미 소아청소년기에도 발견된다는 얘기다.
특히 소아청소년의 대사증후군의 발병에는 ‘저소득 가정, 부모 병력, 비만, 수면부족’의 4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팀은 소아청소년 코호트(특성 공유집단)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들을 추적 관찰하고 대사증후군 유사상태의 발생 요인 분석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에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서울과 경기 서남부 지역 소아청소년 코호트 모집단에서 대사 증후군이 없던 6~15세 소아청소년 1309명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건강, 영양상태 등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추적 기간 중 31.3%(410명)에 달하는 소아 청소년에서 대사증후군이 발병했다.
연구팀이 이들을 대상으로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 소아일 때 이미 과체중 이상으로 비만인 경우, 부모가 심혈관질환 병력을 갖고 있는 경우, 평소 8시간 미만으로 수면하는 경우, 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 등 4가지 상황에서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시작할 때 이미 과체중 혹은 비만이었던 소아는 정상 체중이었던 소아에 비해 대사증후군 위험이 3.8배 높았다. 또 부모가 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1.3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면시간도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의 위험인자 중 하나였다. 하루 평균 8시간 미만으로 수면을 취하는 소아청소년은 9시간 이상 잠을 자는 소아청소년에 비해 심혈관질환 포함 대사증후군 위험이 1.9배 증가했다.
반면 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대사증후군 위험성은 감소했다. 월 평균소득이 3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 가정의 소아청소년은 대사증후군 위험성이 25% 정도만 감소했지만, 500만원 이상인 가정의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 위험성은 42%나 감소했다.
박경희 교수는 “이번 결과는 국내에서 비만 예방 및 중재 프로그램을 기획함에 있어 집중관리 대상과 교육내용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며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 및 치료 대상으로는 저소득층, 과체중 이상의 비만아,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부모의 자녀가, 교육 내용에는 소아 청소년기 충분한 수면 시간에 대한 것이 포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4일 국가 비만 실태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내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은 2008년 11.2%에서 2017년 17.3%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가정일수록 고도비만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