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김동원(49)씨에게 대선 전 자문을 구하는 등 밀접한 관계였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특검이 이르면 이번주 내에 김 지사에 대한 소환일정을 조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31일 사건의 ‘스모킹 건’으로 평가받는 드루킹의 USB(이동식 저장장치)에서 김 지사와 드루킹이 보안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주고받은 대화를 입수해 분석 중이다.
◇드루킹, 김 지사에 “명확한 추가 해설이 필요하다”며 대선정책 자문
주목할 만한 대목은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대선정책 자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대화내용에 따르면 드루킹은 지난해 1월 8일 당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김영란법 관련 발언에 대해 “문 (전) 대표님의 발언 중 ‘예외’에 대한 내용은 야당에서 공격하기 좋은 소재이고 대표님 지지자들도 혼란스러워하는 만큼 명확한 추가 해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검팀이 입수한 대화 내용에는 김 지사가 지난해 1월 10일 드루킹에게 문 대통령의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3차 포럼’ 기조연설문을 보내고 행사에 대한 반응을 물은 정황도 포함돼 있다.
◇드루킹·김 지사가 수차례 만난 정황까지…
또 특검팀이 입수한 대화내용에는 김 지사와 드루킹이 수차례 만난 정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시그널 대화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월 5일 문대통령의 당시 대변인이었던 김 지사는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를 러프하게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목차라도 무방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드루킹은 “아직 준비된 게 없습니다만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 가겠습니다”라고 답장했다.
지난해 1월 7일에는 김 지사가 “모임 참석은 1·10(화) 저녁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몇 시까지 가면 될까요?”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드루킹은 이에 “8시 정도 오시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특검, 김 지사 소환기반 위해 ‘피의자 5명’ 동시 소환
특검팀의 수사망은 점점 김 지사를 향해 가고 있다. 특검팀은 시그널 대화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김 지사와 드루킹 사이의 유착관계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을 사실상 승인하고 드루킹 최측근 인사의 인사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특검팀 내부에서는 김 지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1차 수사기한(60일)이 30일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의 소환을 통해 조사를 끝낼 수 있을 만큼 자료를 완비하고 신중하게 김 지사를 소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김 지사와 드루킹 사이의 관계 파악을 위해 드루킹 김동원(49)씨, 인사 청탁 대상자 ‘아보카’ 도모(61) 변호사, 김 지사 보좌관 출신인 한모(49)씨 등 주요 피의자 5명을 동시에 소환조사하는 등 기반을 다지고 있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