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길서 묻지마 폭행·희롱 당한 여대생...프랑스 미투 조짐(영상)

입력 2018-07-31 14:28 수정 2018-07-31 14:29
사진=마리 라게르 유투브 캡처

프랑스 파리 시내를 걷던 여대생이 한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프랑스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프랑스 내에서 미투 운동도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는 마리 라게르(22·여)씨는 지난 24일 오후 6시45분쯤 집으로 걸어가던 중 파리 북동부 19구 뷔트쇼몽 공원 근처 카페에서 치근덕거리며 뒤를 따라오던 검은색 티셔츠 차림의 한 남성에게 뺨을 맞았다.

폭행을 가한 남성은 라게르를 뒤따라오면서 음란하고 저속한 단어를 내뱉는가 하면 성적인 의미를 담은 소음을 내며 희롱했다. 이에 참기가 힘들었던 라게르는 “닥치라”고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남성은 재떨이를 잡아 라게르에게 던졌다. 범인이 집어 던진 재떨이는 라게르를 살짝 비켜갔지만, 곧바로 다가와 그녀의 뺨을 때렸다.



당시 카페에 앉아 있던 손님들 중 이를 목격한 일부는 범인의 뒤를 따라가 항의했고, 남성은 이들과 잠시 말다툼을 벌이다 사라졌다. 그리고 이 영상은 카페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집에 도착한 라게르는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해 카페로 돌아가 주인에게 이 CCTV를 넘겨받았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경찰에 고소를 진행했다.

동영상을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급속도로 퍼지면서 조회수 100만을 넘겼다. 유투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한국시간을 기준으로 현재 315만여뷰를 기록하고 있다. 라게르는 이 영상과 함께 “이런 일은 매일 어디서나 일어날 뿐 아니라, 나는 비슷한 일을 겪지 않은 단 한명의 여성도 알지 못한다. 길을 걸을 때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에 지쳤다”며 “(사회가) 변화해야 하고 지금 당장 그렇게 돼야 한다”고 적었다.

이 영상을 본 많은 프랑스인들은 분노했다. 미투 운동의 프랑스 버전인 ‘발랑스통포르크'(#Balance TonPorc) 운동도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검찰도 이번 사건 수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범인의 신원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아울러 프랑스 정부가 올가을부터 시행하려는 공공장소에서의 희롱 행위에 대한 즉석 벌금 제도 도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난 5월 공공장소에서 집요한 추파나 성희롱 등 여성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치근덕거리는 행위를 한 사람을 경찰관이 적발해 현장에서 바로 90유로(약 12만원)에서 최대 750유로(약 10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