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SK, GS 등 국내 5대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를 위한 ‘전용보직’을 마련하고 이 자리를 대물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대기업 5곳이 공정위 퇴직자에게 상임 또는 비상임 감사 자리를 할당하고 공정위 퇴직자들이 이를 대물림하며 재취업했다고 밝혔다. 과장급 퇴직자는 경제부서에 근무했다가도 퇴직을 몇 년 앞두고 비경제부서에 근무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기준을 충족시켰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 과정에서 공정위 내에서 인사를 담당한 고위 인사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공직자윤리위에 재취업 심사를 신청한 공정위 퇴직자 47명 중 6명을 뺀 41명이 심사를 통과해 정상적으로 재취업했다.
이들의 연봉은 2억원 선으로 연봉과 임기 등에 따라 3급은 3급 끼리, 4급은 4급 끼리 자리를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재취업한 기업이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면 공정위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방안 등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아 사실상 공정위 로비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재취업 대물림은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3월 공정위에 퇴직한 4급 이모 과장은 지난 5월 SK하이닉스의 고문으로 취업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상조 위원장은 퇴직자 ‘재취업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재취업 기준도 엄격하게 바꾸겠다고 공언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와 함께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은 공정위 전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의혹으로 30일 검찰에 구속됐다.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정 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의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심리한 뒤 “범죄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신영선 전 사무처장에 대해서는 “피의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현재가지의 수사경과와 수집돼 있는 증거들의 내용 및 피의자의 주거, 직업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26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전 위원장과 신 전 사무처장은 업무방해 혐의를, 김 전 부위원장은 업무방해, 뇌물수수, 공직자윤리법위반 혐의를 받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