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미화 하지마” 洪 한 마디가 불러 온 설전

입력 2018-07-30 05:00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촌철살인이라며 던진 ‘자살미화’ 한 마디는 도리어 그 스스로에게 화살이 되어 꽂힌 모양새다. 29일 정치권 총구는 모두 그를 향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참패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대표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언급했다. 그는 “그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자살은 생명에 대한 또 다른 범죄다”라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의 ‘말’은 삽시간에 번졌다. 비난이 이어지자 재차 “같은 말을 해도 좌파들이 하면 촌철살인이라고 미화하고, 우파들이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이라고 맞섰다. ‘촌철살인’은 故 노회찬 의원에게 붙었던 별명 중 하나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홍 전 대표가 미국에서도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예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타국에서 잔혹한 노이즈 마케팅이나 벌이고 있는 홍 전 대표는 자중자애하라”고 비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그 누구도 노 원내대표의 죽음을 미화하지 않았다”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마음 아파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많은 막말의 어록을 남긴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촌철살인 어록의 정치인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막말을 하나 더 얹었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홍 전 대표가 재차 올린 글을 두고 구두논평을 통해 “정치인에게는 민심이 천심이기에 국민을 탓하는 홍 전 대표의 발언은 정치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이겠다”며 “노이즈마케팅으로 본인을 홍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제 국민들 불쾌지수 더 올리지 마시고 페북도 절필하실 때인 것 같다”며 “국민들은 노회찬 의원을 안타까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당의 김철근 대변인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내용에 대해 논평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미국에 가서는 페이스북을 끊겠다는 국민들과의 약속이나 지키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전 지역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형태로 죽음에 이른 것 때문에 홍 전 대표는 최근의 추모 분위기가 자살에 대한 미화라고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대중은 이 정치판에서 꼭 필요했던 사람이 사라진 것에 대해 추모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또 “노무현 대통령 때도 그 똑같은 현상을 봤으면서 또 저런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노 원내대표의 비극에 그 누구도 미화한 국민은 없다”며 “어쩌면 그렇게 표독한 말씨를 골라 쓰는 천재적 소질이 있는지 더위를 더 덥게 만드는 그에게 그래도 고인은 너털웃음으로 대하시리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같은 당 김형구 부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홍 전 대표의 발언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노 원내대표의 생전 삶에 대한 칭송과 애도, 추모를 자살 미화라고 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모독은 물론 국민 모독이다. 한국에도 없는데 더위먹은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평소 자신의 사회·정치적 견해를 활발하게 내비치고 있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노회찬의 자살을 아름답다고 포장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할 뿐이다”라며 “그의 정치적 삶을 칭송하는 것이 홍준표의 눈에는 ‘미화’로 보이는 모양인데, 그가 사고사나 병사를 당해도 지금의 분위기는 같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준표는 삶 그 자체가 참 안타까운 분이다”라며 “그럼에도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사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는 경남도지사 시절이었던 지난해 2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같은해 3월 대선 출마선언에서는 “나도 대법원 유죄판결이 나면 자살하겠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자 “자살이라 했다고 막말했다는데 막말이 아니라 사실 아닌가. 앞으로는 자살이라 안 하고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말을 바꿔준다 했다”고도 언급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