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는 지난 시즌 힘겨운 싸움을 계속했다. 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B팀 등 유소년 팀만 전전하다 결국 자리를 잡는데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잡고 출전 시간을 부여받기 위해 세리에A에 새롭게 승격한 헬라스 베로나로 이적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힘겨운 주전경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황은 쉽지 않았다.
소속팀 헬나스 베로나에서 시즌 전반기 출전 기회를 거의 보장받지 못하며 시련의 기간을 보냈다. 팀 동료 다니엘 베사가 제노아로 이적하고 지암파올로 파치니가 스페인 레반테로 임대된 후반기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17세의 어린 선수 모이스 킨에게도 밀렸다.
어린 나이로 경험이 부족해 대중 앞에서 서툰 말과 행동 역시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일부 축구팬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 이른 나이에 스타덤에 올랐던 것이 독이 돼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탁에도 논란이 됐다. 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승우가 갖고 있는 잠재력과 시즌 마지막에 페이스를 끌어올렸던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이승우는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반드시 득점이 필요한 후반전 교체로 투입되며 주로 조커로 활용이 됐다.
제한적인 출전 기회를 부여 받으면서도 베로나 때처럼 왼쪽 날개와 처진 공격수 포지션을 수행하며 공격 과정의 유연제 역할을 했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에 없던 ‘활력소’ 역할을 하며 적은 출전 시간 속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활약 속에 대표팀 선배 기성용처럼 이승우 역시 강등당한 팀을 떠나 새로운 팀으로 이적 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베로나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1부리그)에서 2부 리그로 강등됐다. 당초 지난 달 말 이승우 측 관계자는 “이적과 임대, 잔류 등 모든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되 거취는 월드컵을 마치고 나서 결정 하겠다”며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출했다. 선수로서 성장하기 위해 큰 무대로의 이적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승우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무리하게 새로운 팀을 찾기보단 적극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팀에 남기로 결정했다.
이승우는 29일 독일 하이덴하임에서 열린 친선대회 ‘막스 리브하버컵’ 하이덴하임과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후반 22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별다른 인상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팀 동료들과 호흡을 유지하는 안정적인 경기력을 이어갔다. 두 팀은 0대 0으로 비긴 뒤 곧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베로나가 4대 2로 승리했다.
이 경기는 다음달 5일로 예정된 2018-2019 시즌 첫 공식 경기인 코파이탈리아 2라운드를 앞두고 마지막 리허설 성격으로 진행된 터라 더 의미가 깊었다. 승부차기 승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무승부지만, 기록이 아닌 토너먼트 진행상으로는 승리다. 다가오는 시즌을 앞두고 기분 좋게 웃으며 시작을 할 수 있게 됐다.
베로나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우승 주역인 파비오 그로소를 새 감독으로 영입한 뒤 강등을 당한 아픔을 잊고 절치부심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로소 감독은 이승우를 붙박이 주전으로 쓸 뜻을 수차례 밝혔다. 이승우가 베로나의 주전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이승우에게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지난 25일 기존의 조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추가 편성돼 불운하게도 조별리그에서 총 4경기를 치른다. 다음달 12일 바레인전을 시작으로 15일 UAE, 17일 말레이시아, 20일 키르키스스탄를 상대한다. 9일 동안 4경기를 소화해야하는 엄청난 강행군이다. 로테이션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승우의 활약이 더욱 절실해졌다.
이승우가 누구보다 화려한 시기를 보낸 연령별 대표팀 시절에 비해 기대만큼 성장이 더뎠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 가운데는 아직 성장해가는 어린 선수에게 ‘바르셀로나’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지나친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던 매체들이 있었다.
아시안게임과 팀에서의 주전 확보. 어느덧 20대에 접어든 그에게 다가오는 시즌은 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수 있다. 이제는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렸던 이유를 증명할 시간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