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스튜어드십코드(주주권 행사 지침) 도입 의결을 30일 찬반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당초 지난 26일 제5차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의결을 하려 했지만 국민연금의 투자 기업 ‘경영 참여’를 놓고 위원들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의결이 미뤄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 제5차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사외이사·감사추천·주주제안 등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활동을 스튜어드십코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결을 30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30일 회의에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부분에 대해 기금운영위에서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국민연금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국민의 노후 자산을 투자한 기업 활동을 감시하고,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뒤 이를 국민들에게 보고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행법상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돼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를 하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방해해 ‘연금사회주의’ ‘경영간섭’이 실현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태로 경영 참여를 하게 되면 지분이 1% 이상 변동될 때마다 5일 이내로 이를 신고해야 된다. 또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6개월 이내에 발생한 해당 기업 주식의 매매 차익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행법 상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참여하면 자칫 기업들의 투자 전략이 노출되고 위탁운용사의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분이 1% 변경될 때마다 신고를 하면 기업의 투자 전략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위탁운용사에 비해 국민연금은 매매회전률이 압도적으로 낮아 위탁운용사의 수익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6일 기금운용위에서 “법령 개정 등 제반여건이 구비되면 자의적인 경영간섭이 아니라 국민자산보호를 위한 경영감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되, 재계의 의견을 수용해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는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기금위 재계 측 대표자들은 경영참여를 일단 배제하는 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위원들은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를 뒤로 미루지 말고 이번에 과감하게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기금위원은 “경영 참여 주주 활동을 당장에 일부라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최소한 어떻게 경영참여 주주활동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촉구되며 합의가 미뤄졌다”고 밝혔다.
30일 기금위 회의에서 위원들 간 국민연금의 투자 기업 ‘경영 참여’에 대해 합의점을 찾아 수정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경영 참여’가 배제된 기존 원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하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 논의를 30일에는 마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위원들 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최종적으로는 찬반 투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