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맨’ 루카스 바스케스, 27세에 찾아온 기회

입력 2018-07-29 13:29 수정 2018-07-29 14:32
AP뉴시스

루카스 바스케스(27)가 레알 마드리드의 ‘히든카드’이 아닌 중심이 될 수 있을까.

바스케스는 레알의 유스팀에서 성장해 프로에 데뷔했다. 2014-2015 시즌 에스파뇰로 임대됐다. 2015년부터 레알의 1군 팀으로 복귀해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다. 2007-2008시즌 U-17세 팀으로 구단에 합류한 바스케스는 17세, 18세, 19세에 유소년 대표로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나갔다. 이후 카스티야에서 세 시즌을 보냈다. 레알에서 보낸 시간만 어느덧 11년이다.

레알에선 보기 힘든 구단 유소년 출신의 ‘성골’이다. 빼어난 경쟁자들이 많아 그동안 바스케스의 입지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네딘 지단 감독 체제에서 바스케스는 아주 훌륭한 조커였다. 오른쪽 풀백부터 윙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유형의 선수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 시절에는 주로 오른쪽 측면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조력자 역할을 했고, 지단 감독 체제에선 부상이 잦은 가레스 베일을 대신해 오른쪽 윙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어 지난 시즌엔 부상을 당한 다니 카르바할을 대신해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렇듯 감독이 요구하는 다양한 전술과 라인업에서 모두 제 역할을 해내는 성실함이 바스케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바스케스는 폭넓은 활동량과 날카로운 드리블 능력으로 직접 득점으로 마무리 짓기보단 팀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지단 감독은 바스케스를 선발이 아닌 알짜배기 교체 카드로 활용해왔다.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3경기에 출전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0경기에 나서 레알의 3시즌 연속 우승을 거들었다. 하지만 바스케스는 팀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반 이상을 교체로 출전하며 경기 시작 휘슬을 벤치에서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27세라는 나이로 선수생활 전성기에 접어들었지만 벤치 신세를 면체 못한 그를 노리는 팀들 역시 그간 적지 않았다. 조제 무리뉴가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뿐 아니라, 아스날과 리버풀 등 굴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들이 바스케스에게 구애를 보냈다. 하지만 바스케스는 이러한 상황에도 팀에 남아 험난한 주전 경쟁을 자처했다.

레알은 최근 네이마르를 비롯해 킬리안 음바페와 해리 케인, 에당 아자르 등 여러 스타 선수들과 잇따라 이적설에 휘말렸으나 모두 무산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의 주축 자원들에게 팀의 운명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바스케스 역시 팀의 중심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지단 감독은 바스케스를 로테이션 멤버로 주로 활용하면서 제한된 기회만 줬다. 하지만 후임으로 부임한 훌렌 로페테기 감독은 느릿하고 정적인 경기 운영보단 기술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직선적이고 보다 속도감 있는 축구를 선호한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한 전진 돌파와 크로스를 주 무기로 하는 바스케스는 이러한 로페테기 감독 스타일의 가장 적합한 윙어라고 할 수 있다. 제한된 기회를 받으며 저평가를 받는 선수의 대명사로 꼽혔던 바스케스에게 뒤늦게나마 본인의 기량을 뽐낼 기회가 찾아왔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