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50조원 안팎 ‘슈퍼 예산’…세수 호조라지만 막 써도 괜찮을까

입력 2018-07-28 06:01

쓸 돈은 많은데 한국의 국가부채는 좀처럼 줄질 않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지난해 국가부채는 1555조8000억원이다. 20년 전만 해도 100조원도 안 됐던 국가부채가 대폭 늘었다. 정부 곳간이 탄탄한 지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매년 급증하는 정부 예산 규모을 바라보는 시각에 우려가 섞이는 것도 국가부채 때문이다. 27일 기재부에 따르면 각 정부부처가 지난 5월까지 제출한 내년 예산 요구안 총액은 458조1000억원 규모다. 올해 본예산(428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6.8%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추가 협의를 통해 총액을 최종 조율할 계획이다. 다만 총지출 증가율을 최소 5.7% 이상 가져가겠다는 목표는 세워 놨다. 적어도 내년에 22조7000억원 이상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곳간을 더 열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예산 확대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소득격차는 5.95배까지 벌어졌다. 상위 20%에서 월평균 595만원을 벌 때 하위 20%는 100만원만 벌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집계를 시작한 이후 분기 기준으로는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이를 보완할 수단 중 하나로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을 꼽는다. EITC는 일정 기준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사업자 가구에 세금 환급 방식으로 근로장려금을 줘 실질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다. 내년 지원 규모를 3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열어도 될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예산을 늘리려면 그만큼 세입이 많아야 한다. 기업 실적이나 소득이 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업계의 전망은 밝지 못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7%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의 경우 올 들어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취업자도 5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의 증가에 머무르고 있다.

정치권의 최저임금 비판이 나오는 맥락도 이와 무관치는 않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을 빨리 쓰레기통에 던지라고 했는데 이를 안고 간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주도 성장이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전부 다인 것처럼 인식되는 것도 교정이 필요하다”며 “사회안전망 문제, 일자리 창출, 조세과세 형평성, 인적자본 투자 등이 같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답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