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 대한 문인들의 애도가 계속되고 있다.
김민정 시인은 27일 페이스북에 “정치는 잘 모르는 내게 의원님은 처음부터 책 좋아하는 아저씨였다”며 “사인본을 받아 읽은 책의 경우에는 반드시 리뷰를 보내주었고, 사서 읽게 된 책의 경우에는 책 샀다고 인증을 해주시곤 했다”고 썼다. 그는 “그게 뭐가 어렵겠냐, 하면 나는 그게 가장 어려운 일임을 또한 아는 바여서 지금 또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노 의원에게 받은 사진 중 가장 밝은 사진을 올렸다. 김 시인은 “80cm급 민어 잡으신 거 자랑하며 보내온 이 얼굴이 가장 환하다. 두루 보시라고 여기 올린다”고 했다. 김 시인은 마지막에 노 의원을 ‘내가 만난 최고의 어른이자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는 “노 의원은 책을 무조건 읽는 사람이란 걸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재불 작가 목수정은 “노회찬은 내면으로부터 콸콸 기쁨과 용기, 분노와 지혜가 솟아 나오는 사람이었다. 그는 삶의 기쁨을 모두 찾아 누리며 인생을 풍요롭게 살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몇 해 전 파리 우리집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오던 클래식 음악의 연원과 배경을 정확히 알고 있어 남편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노 의원은 매년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에 참석해 새로 창작되는 현대음악을 감상했고, 종종 그 악보를 구해 직접 연주해 보기도 했다. 학창 시절 첼로를 배운 그는 연주 솜씨는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다. 목 작가는 노 의원이 예술에 관심 많고 재능 있는 이유에 대해 소개했다.
노 의원의 부친은 시를 사랑하는 (북한) 원산도서관 사서였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도 본인이 좋아하던 북한 시인의 이름으로 지었다. 부모는 전쟁통에 이북에서 부산으로 피난 와 가난하게 살면서도 오페라를 볼 정도로 예술을 가까이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노 의원은 예술과 인생을 사랑할 수 있는 양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옆집에서 들려오던 아코디언 소리를 듣고 악기를 배우고 싶은 열망에 빠진 그는 첼로를 배우게 됐다. 그는 선생님의 배려로 수강생 중 유일하게 무료 교습을 받았다. 경기고 시절, 이화여고 강당에서 독주를 하기도 했다. 고교생 때 청계천 서점가를 뒤지고 다니며 사상계를 읽었고 함석헌, 백기완의 강연을 들으러 다녔다.
언제나 독서에 굶주려 있어서 서점에 서서 책을 읽던 그에게 서점 주인이 집에 가서 읽으라고 책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그는 집에 도착하기 전에 손에 든 책을 모두 읽어버려서 다시 서점에 돌아가 새 책을 빌려가기도 했다. 신간 소설, 신작 영화도 모두 보아야 직성이 풀릴 만큼 문화적 욕구가 강했다고 목 작가는 소개했다.
그의 촌철살인 논평과 유머는 이런 문화적 자산에서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