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표는 LOL 프로선수가 돼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힘들겠지만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유봉충(17세, 샨시성 출신)
“저는 에이전시나 해설자, 또는 PC방 매니저 등 e스포츠업계에서 일하고 싶어요”주윤택(18세, 톈진 출신)
꿈을 먹고 사는 이들 10대들은 중국 베이징 화지아대학 e스포츠학과 학생들이다. 이달 초 학생과 교수진, 통역 등 20여명은 여름방학을 맞아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을 찾았다. 경복궁과 롯데월드 등을 둘러보고 한강 유람선을 타면서 더위를 식혔다. 한국 프로선수와의 교류전도 세 차례 가졌다.
중국 정부, 화지아대학을 e스포츠교육 시범대학으로 지정
중국 인터넷온라인서비스협회(이하 중국인터넷협회)는 베이징 화지아대학을 e스포츠 교육 시범대학으로 지정했다. 한국의 세종e㈜는 2016년 봄 화지아대학 측과 e스포츠학과 개설에 합의했다.
세종e는 한국 강사를 파견하고 화지아대학은 학생 모집과 강의실, 기숙사를 제공키로 했다. 한국의 송석록 교수(50, 경동대 체육학과)는 재능기부 형태로 e스포츠 커리큘럼을 만들어 중국 정부에 제공했다. 사실상 한·중 e스포츠 발전의 가교역할을 한 셈이다.
이어 지난해 3월 e스포츠 학과가 개설됐고 현재 3학기째 수업이 진행 중이다. 이 학과는 LOL과 왕자영요를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전옥이(60) 세종e 대표이사는 “중국 대학에 e스포츠학과가 설립된 것은 처음”이라며 “지난해 사드 한파 속에서도 한국의 소기업이 중국에 e스포츠 산업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자평했다.
현지에 파견된 한국인 강사는 프로선수 경력과 세계대회 수상 경험이 있는 안영진(29) 김윤후(22)씨다. 두 강사는 “수업은 모두 한국어로 진행한다”며 “한국어가 능통한 중국인 통역이 옆에서 항상 도와주기에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 없다”고 말했다.
e스포츠 교육은 e스포츠 산업화로 가는 출발점
중국인터넷협회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토대로 e스포츠 학과 설립을 전국 대학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e스포츠가 산업화로 나아가려면 결국 교육이라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은퇴 선수 출신으로서 코치의 길을 걷고자 했던 김 강사는 “매우 아쉽지만 e스포츠는 중국이 세계를 곧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제가 세계 e스포츠 발전의 큰 획을 긋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안 강사는 “최근 제자들이 베이징 지역예선에서 3등을 차지했다”며 2등까지 주어지는 전국대회 출전 기회는 막혔지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e스포츠 시장과 그 연관 산업이 커지는 추세에 맞춰 젊은 층의 취업난을 해소하는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어윤덕(67) 세종e 회장은 “중국 정부는 e스포츠를 교육(전문화)하고 시험을 통한 자격증 발급(등급화)을 거쳐 취업(직업화)으로까지 연결하는 일련의 산업화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은 잠시마나 세계 시장을 주도했는데 이 같은 분위기와 성과를 이어가지 못했고 더욱이 e스포츠의 산업화로 가는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산업화 정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대학, 기업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기에 가능했다. 중국의 40여개 기업은 이 대학 e스포츠학과 출신 전원에게 일자리(취업)를 약속하고 대학은 이 사실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 협회가 힘 합쳐 산업화에 나서야
중국 e스포츠 관련 일자리는 프로구단과 기업 외에도 16만 개에 추산되는 PC방이 있다. 최근 중국 PC방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급화, 대형화 하는 추세다. 대회장까지 갖춘 ‘월드 PC방’은 관중석, 선수석 외에 캐스터, 아나운서가 근무하는 방송실까지 갖췄다. 사실상 챌린저급 경기장을 방불케한다. 여기에다 수년전부터 당구장, 노래방, 카페 등을 갖춘 체인점도 속속 등장했다.
중국 정부의 일자리 창출 의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문화부가 주최하는 CEST(중국 e스포츠 토너먼트)는 3년 전부터 3500여개 팀이 100여개 도시에서 1년 내내 경기를 치른다. CEST가 진행되는 중국 전역에는 선수는 물론이고 감독, 코치, 심판, 해설, 아나운서 등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연관 산업도 함께 성장한다.
익명을 원하는 한 게임사 대표는 게임과 e스포츠산업의 관련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e스포츠는 게임산업의 연장이다. e스포츠산업이 잘되면 게임산업도 활성화된다. 이 두 개가 잘 어우러져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와 협회, 대기업이 나서 게임과 e스포츠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토대를 쌓는 동시에 정책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성명을 통해 “한국e스포츠협회는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단체”라며 “수개월째 공석이 된 협회장의 빠른 선임으로 대한민국 e스포츠와 게임 생태계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내년 e스포츠 산업단지 건설 추진
중국 정부는 허베이성 청더(하북성 승덕)에 200만평 규모의 e스포츠 산업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곳은 세계적인 관광지인 ‘피서산장’주변이다. 이 단지에는 국제 e스포츠도시를 중심으로 테마 문화관광지역, 인터렉티브 체험공간, 교육연구단지 등이 들어선다. 또한 상업시설과 관광시설도 함께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세종e는 중국의 e스포츠 산업화 정책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북경항성투자발전그룹과 한·중 합작법인인 중세정보기술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유명렬 기자 mr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