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한 호프집에서 진행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를 두고 자유한국당이 ‘쇼통’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당초 “이 자리에 초청된 시민들은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인지 몰랐다”며 ‘깜짝 만남’인 것 처럼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청년구직자로 참가한 배준씨가 지난해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도 만났던 인물로 확인되면서 야권의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 행사를 사전에 조율해 놓고서는 깜짝 만남이라고 홍보한 청와대를 지적한 것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어젯밤 호프집에서 만난 청년은 지난해 문 대통령과 시장통에서 소주잔을 기울인 바로 그 청년”이라면서 “세상이 좁은 것인지 아니면 탁현민 행정관의 기획력이 탁월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이런 쇼통으로 국민들의 마음만 가져가려고 하는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은 한 뉴미디어 채널의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배준씨와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청년들을 위로하기 위해 고시생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노량진의 한 빨래방에 깜짝 등장해, 배씨와 함께 빨래를 하고 같이 소주도 마셨다.
김 원내대표의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배씨를 초청한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컨셉’이라는 표현을 썼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배씨는 어제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문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을 알고 온 친구”라면서 “현장에서 만났던 국민들과 다시 만남을 이어가면서 달라진 사연을 청취하는 컨셉이다. 앞으로도 이런 컨셉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이 문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배씨에게 사전에 연락해 참석을 조율했다.
다만 사전에 참석자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 청와대 관계자는 유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 할 때는 배씨가 오는 줄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 행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분들이 대통령을 만나는지 모르고 온다”고 설명했다. 의도적으로 배씨 참석 여부를 숨긴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