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강타 “가수 20년? 지금 난 뮤지컬계 연습생”

입력 2018-07-23 19:10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로버트 역을 맡은 가수 강타. 쇼노트 제공

“아직 정식 무대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 신인배우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죠. ‘뮤지컬계 연습생’인 상황이에요. 아직 배우고 있는 단계여서 지금으로선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네요.”

그룹 H.O.T. 멤버로 데뷔해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20년 넘는 세월 동안 정상급 뮤지션으로 활동해 온 강타(본명 안칠현·39)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의 이름 앞에 생애 처음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것이다.

강타는 23일 서울 강남구 드레스가든에서 열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제작발표회에서 “첫 뮤지컬 도전인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음악이 주는 힘이 굉장한 작품이다. 이 넘버들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에 닿아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해보고 싶다는 욕심과 열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프란체스카(김선영 차지연)와 사진 촬영을 위해 마을에 온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박은태 강타)의 가슴 시린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재연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오는 8월 11일부터 10월 2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1992년 출판된 로버트 제임스 왈러의 동명 소설이 원작. 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강타는 “뮤지컬 무대에는 ‘약속’이 존재한다. 그런 약속을 만들고 지켜가는 과정이 굉장히 섬세하다. 그것이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와 가장 큰 차별점이자 뮤지컬만의 매력인 것 같다”면서 “또한 나 스스로 역할에 빨려 들어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너무 매력적이더라. 어떤 상황에서든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더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연신 겸손해해는 강타를 박은태가 치켜세웠다. 로버트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박은태는 “내가 본 연예인 중 가장 열심히 하더라. 더구나 이렇게 (자신을) 오픈하는 연예인은 처음 봤다. 왜 강타라는 사람이 20년 동안 저 자리에 있는지 느꼈다. 뮤지컬을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더라. 계속 뮤지컬을 하면서 같이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1세대 동료 아이돌 중 옥주현(핑클)과 바다(S.E.S), 그리고 절친한 가수 이지훈이 뮤지컬계에 성공리에 안착했다. 강타는 “바다와 옥주현은 걸그룹 활동 당시부터 이미 에너지가 넘치기로 유명했던 사람들이어서 뮤지컬을 선택했다고 했을 때 ‘엄청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나는 그만큼의 에너지가 차있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지훈 같은 경우에는 워낙 친해서 그 친구가 고생해가며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 온 과정을 다 지켜봤다. 그래서 더 고민이 됐다. 확고하게 마음먹지 않은 상태로 하는 게 맞나 싶더라. (이지훈에게) 문자로 물어보니 딱 두 글자 답변이 왔다. ‘도전.’ 그 덕에 용기를 얻었다. 세 친구 모두 힘이 되기도, 부담이 되기도 하는 존재들”이라고 덧붙였다.

프란체스타 역의 배우들도 강타를 향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차지연은 “어릴 때 TV에서 보던 너무 유명하신 분이라 처음엔 사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오히려 연습실에서 제일 편하고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시더라. 이번에 팬이 됐다. 상대 여배우를 설레게 하는 그 무엇도 가지고 계시더라”고 칭찬했다.

김선영은 “다른 분야에서 많은 경험이 있으시기 때문에 뮤지컬로 왔을 때 어린 친구들과 달리 조심스러운 게 많았을 테다. 그럴수록 예민해하거나 경계할 수도 있는데, 강타는 그런 게 없었다.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고 상대를 배려하는 여유가 있더라. 같이 연기하면서 고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