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 전문 의사 이선호의 이수역에서]⑤ 방귀를 참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입력 2018-07-23 16:41
이선호
구원창문외과 대표원장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란 말이 있다. 무엇을 크게 떠벌리기만 하고 실제의 결과는 보잘 것 없어 변변치 못하다는 것을 이르는 속담이다.

그렇다면 흔히 하는 얘기로 큰 소리가 나는 방귀는 냄새가 별로 심하지 않고, 소리 없이 뀐 방귀는 냄새가 독하다는 말이 있는데, 과연 이 역시 맞는 말일까?

우선 방귀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하는 것부터 알아보자.

방귀는 음식물과 함께 입을 통해 들어간 공기와 장 내용물의 발효에 의해 생겨난 가스 이 두가지 요소에 의해 주로 생성된다. 방귀의 성분은 질소, 에탄, 이산화탄소, 수소 등이며, 이외에도 암모니아, 황화수소, 스카톨, 인돌 등이 있다. 방귀는 불필요한 체내 가스를 몸 밖으로 배출하려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그러므로 음식을 급하게 먹는다든가 변비 등으로 장내발효가 쉽게 일어나는 상태가 되면 방귀의 양은 더 늘어난다. 건강한 젊은 남자의 경우 하루 평균 횟수는 14회 정도이며 최고 25회까지 배출 정도는 정상으로 간주된다.

방귀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주요 원인은 방귀의 성분 중 ‘황화수소'에 있다. 황화수소의 원료는 황을 포함한 아미노산인데, 모든 음식에는 황을 포함한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다.

장내 가스는 소화가 더딘 음식을 먹은 뒤에 많이 발생하는데, 음식물이 소화가 덜 된 상태로 대장까지 도착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발효 가스가 생성된다.

한국인의 85%는 우유 등 유제품을 소화시키는 ‘유당분해효소’가 적어 유제품을 먹으면 가스가 많이 생긴다. 그 외에 가스를 많이 만드는 음식에는 콩 보리 현미 고구마 옥수수 등의 탄수화물 함유 음식이 있다.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와 사과 자두 건포도 배 등도 가스를 많이 만든다. 단맛을 내려고 빵이나 캔 음료에 첨가하는 과당도 가스 생성을 촉진한다.

방귀를 방출할 때 나는 소리는 주로 항문 괄약근의 진동 때문이며, 어느 정도는 의지로 가감할 수 있다.

방귀를 참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방귀를 참게 되면 장내 질소 가스가 쌓여 대장이 부풀어 오른다. 이 때문에 대장의 운동기능이 나빠지고 변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방귀는 장의 연동운동이 멎거나 통과가 좋지 않을 때는 배출이 안 된다. 방귀 방출의 유무로 장폐색의 유무를 알기도 한다. 그래서 방귀가 특히 반가울 때가 있는데, 병원에서 복부 수술 후 금식 상태로 있다가 방귀가 나오면 비로소 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방귀가 수술 후의 장의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다.

다시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와서, 큰 소리가 나는 방귀는 냄새가 별로 심하지 않고 소리 없이 뀐 방귀는 냄새가 독하다는 말은 맞는 말일까?

정답을 말하자면 그런 경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방귀 냄새를 결정짓는 것은 음식물의 종류에 의해 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배변활동이 원활하여 직장이 비워져 있는 사람은 시원하게 방귀를 배출할 수 있는 반면에 배변활동이 원활치 못하여 직장에 변이 정체되어 있는 사람은 자신 있게 시원스레 방귀를 배출하지 못한다. 배변활동이 원활치 못한 경우 같은 조건이라면 전자의 경우보다 냄새가 심하기 마련이다.

보통 아침 식사 후 신호가 올 때 시원스럽게 쾌변을 하고 직장을 비우면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그래서 좋은 배변습관은 건강에도 좋다. 방귀도 이왕이면 시원하게 뀌는 게 좋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