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체부 장관 “북한이 굽히는 걸 처음 봤다. 유연해지는 느낌“

입력 2018-07-20 16:50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낮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한국여기자협회 주최 간담회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문체부 제공


“북한이 굽히는 걸 처음 봤다. 북한이 유연해지는 느낌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일 낮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기자협회 주최 간담회에서 이같이 남북 교류 과정을 지켜본 소회를 밝혔다. 도 장관은 그 예로 지난 2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 공연 레퍼토리 조율 과정을 들었다. 그는 “북한의 곡목 중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모란봉’을 빼달라고 북측에 요구했는데 받아들였다”고 했다.

도 장관은 “그렇게 요구하고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는데 현송월 단장이 ‘빼고 하겠습니다’라고 했다”며 “북한이 그렇게 굽히고 나오는 걸 처음 봤다. 북한이 유연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모란봉’ 곡명이 포함된 공연 안내 팸플릿을 가져왔다가 배포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갔다고 한다.

모란봉악단 단장이기도 한 현송월은 지난해 말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중국에 공연하러 갔다가 중국 당국이 체제 선전 내용 수정을 요구하자 이에 반발해 철수했다. 도 장관은 “과거 문인으로서 남북 문화 교류에도 여러 차례 참여한 적이 있는데 북한은 늘 협상하다 안 되면 박차가 나가고 중단한 뒤에도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남측이 지난 4월 평양에 가서 했던 공연 ‘봄이 온다’의 뒷얘기도 했다. 도 장관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현 단장을 만났는데 첫 질문이 ‘우리 노래 많이 준비해오셨습니까’였다. 북한은 2월에 남한 노래를 10곡 넘게 준비했는데 우리는 북한 노래를 부른 적도 없어서 우리가 더 경직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왜 온다던 배우 나훈아가 안 왔느냐”고 물었다. 북한은 가수도 배우라고 부른다. 도 장관이 “스케줄이 안 돼서 그렇다”고 했는데 김 위원장은 그 상황을 선뜻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사회주의 체제이다 보니 가수가 개인 일정을 이유로 국가 차원의 공연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민간에서 각종 남북교류 제안이 쏟아지는 데 대해 “북한은 일단 남북정상끼리 합의한 것, 고위급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한 것부터 먼저 하자는 입장”이라며 “우리 정부 입장 역시 차분하고 질서 있게 해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의 북한 지국 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신청한 곳은 있지만 지국을 지금 바로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번 가을 남측의 ‘봄이 왔다’ 공연에 대한 화답 형식으로 ‘가을이 왔다’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도 장관은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 가을에 남한에서 ‘가을이 왔다’는 공연을 하자고 제안해서 공연장을 알아보는 중”이라며 “9~10월 서울 주요 공연장 대관이 다 돼서 경기도 쪽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