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인도 국빈 방문 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세상에서 하나 뿐인 특별한 초상화를 선물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초상화 선물은 한-인도 간 문화교류에 뜻 깊은 역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선승혜 외교부 문화교류협력 과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국민외교센터에서 열린 ‘신남방정책과 한-인도 발전 비전’ 토크쇼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8~11일 인도 국빈 방문 당시 ‘모디 총리 초상화’를 선물한 사실을 밝혔다. 한국 미술계의 대표적 초상화 화가인 김호석 화백이 모디 총리를 직접 만난 후 그린 작품이다.
문 대통령이 선물한 ‘모디 총리 초상화’는 제작 과정이 특별했다. 선 과장은 “한국 특유의 전통 초상화 기법으로 그려졌으며 모디 총리의 고향 마을의 흙으로 안료를 만들어 얼굴색을 표현했다”며 “그림의 종이는 한국의 특산인 닥나무 껍질과 인도에 자생하는 꾸지나무 껍질을 섞어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인도의 긴밀한 협력과 상호 존중을 초상화의 종이에서부터 드러내고자 한 김 화백의 의도다.
김 화백은 지난해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빛 속에 숨다’라는 초대 개인전을 계기로 모디 총리를 만났다. 당시 주인도 한국대사였던 조현 대사(현 외교부 제2차관)가 적극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디 총리는 김 화백의 작품이 담긴 대형 도록을 본 후 자신을 그려달라고 말했다. 김 화백은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요청했고, 모디 총리와 조 대사가 대화하는 사이 등을 이용해 표정과 눈빛의 작은 변화, 코, 입술선, 목선 등을 1시간 이상 관찰했다.
김 화백과 헤어질 때 모디 총리는 “자신을 그린 작품이 완성이 되면 한국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할 때 선물로 가져 온다면 더욱 뜻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 대사가 “꼭 그렇게 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인도 외교부가 모디 총리 초상화를 그리는데 필요한 것을 묻자 김 화백은 모디 총리의 어린 시절 고향 마을을 보게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도 외교부는 즉각 조치해줬고, 김 화백은 모디 총리의 생가가 있는 구지라트를 방문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고 안료에 쓸 흙도 모았다.
이후 이번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외교부는 모디 총리 초상화를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김 화백이 흔쾌히 응했다. 양국 외교에서 남다른 문화가치 교류는 이렇게 역사에 남게 됐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