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한국인” 사망한 데니스 텐이 보여준 ‘조국 사랑’

입력 2018-07-20 05:00
KBS 영상 캡처

‘항일 의병장의 후손’으로 알려진 한국계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25·카자흐스탄)이 19일(한국시간) 칼에 찔려 사망해 피겨계가 충격에 빠졌다.

카자흐스탄 뉴스통신사 카진포름은 “데니스 텐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괴한의 칼에 찔려 병원에 후송됐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데니스 텐은 이날 오후 3시쯤 알마티 쿠르만가지-바이세이토바 거리에서 자신의 차량 백미러를 훔치려던 괴한 2명과 난투극을 벌이다 괴한의 칼에 중상을 입었다. 매체는 “데니스 텐이 피를 3ℓ나 흘려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데니스 텐은 대한제국 말기 항일 의병대장으로 활동했던 민긍호 선생의 외고손자다. 민 선생의 외손녀인 김 알렉산드라가 데니스 텐의 할머니다. 텐은 정씨를 러시아 키릴문자로 표기한 것이다.

KBS 영상 캡처


그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슈퍼스타였다. ‘피겨 여왕’ 김연아와 소치 올림픽 갈라쇼에서 함께 연기하기도 했다.

데니스 텐은 지난 2월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강행할 정도로 조국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평창올림픽에 맞춰 KBS가 방송한 다큐멘터리 ‘고려인, 데니스 텐의 올림픽’에서 그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카자흐스탄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방송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서 자랐어요. 그리고 제가 딴 모든 메달과 제가 이룬 성취는 모두 카자흐스탄을 위해 거둔 것이죠. 하지만 한국이란 나라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거에요.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었고 앞으로도 한국인으로 살아갈 겁니다. 아마도 이것은 운명이겠지요. 자랑스러운 저의 운명.”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