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 도입, 개인건강기록 안전한 유통 가능할까

입력 2018-07-19 11:44 수정 2018-07-19 14:00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연구 협의체 발대식과 프로젝트 설명회.

비트코인(가상화폐)의 기반 기술로 알려져 있는 블록체인(Block Chain). 최근엔 의료 분야의 응용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정보를 전자로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료기관이 받은 데이터는 환자의 동의를 받은 후에는 환자 의사에 관계없이 취급된다. 그런데 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자신이 직접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의료 정보가 표준화되고 개인에 의한 정보 관리가 가능한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자신의 의료 정보를 자신이 활용한다는 당연한 권리가 보장된다. 환자가 건강했던 때의 데이터를 주치의에게 제공하거나 병원을 바꿨을 때 이전 병원에서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병력을 포함한 환자의 개인 정보를 등록할 때는 당연히 보안이 중시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은 명확하다.

최근 국내에서 이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의료 정보의 유통 실증 연구가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NIA)과 분당서울대병원은 ‘코렌(KOREN) SDI 기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의료정보 유통 실증 연구 및 의료 네트워크’ 연구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하고 실증 시험 과제에 본격 착수한다고 19일 밝혔다.

협의체에는 두 기관 외에 서울대, 연세대, 차의과대, 이화여대 등 대학과 미소정보기술, 신테카바이오, 씨이랩, 웰트 등 기업이 참여해 과제를 공동 수행한다.
블록체인 기반 환자 중심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메디블록이 과제의 위탁기관으로 선정됐다.
협의체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발대식을 갖고 프로젝트 설명회를 가졌다.

블록체인은 특정 데이터가 담긴 블록(block)을 연결(chain)하는 기술이다. 분산형 DB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여러 참여자가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데이터를 검증하기 때문에 해킹이나 조작이 불가능한 걸로 알려져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이인호 연구원은 “현재 개인 의료데이터는 병원과 약국 등 여러 의료기관에 산재돼 관리되고 의료기관이 관리 주체”라면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의료 데이터의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 개인건강기록(PHR) 형태로 저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협의체는 올 연말까지 KOREN망 내 서버를 이용한 블록체인 서버(노드)를 구축하고 가상 의료 데이터를 이용한 IPFS망(분산형데이터베이스)과 블록체인 연동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가상 의료 데이터를 이용한 KOREN 참여 기관간 의료 데이터 유통 테스트와 공유된 의료 데이터에 대한 해킹 시도를 통한 보안 검증도 할 방침이다.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의료 데이터 교환을 위한 블록체인 알고리즘(SW) 설계와 프라이버시 및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의료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암호화 기술 첨가 등의 결과물을 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총괄 책임자인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 정보의 안전한 유통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실증 연구”라며 “단순한 유통 실증을 넘어 다양한 해커 공격을 가정해 정보 보안성을 검토하는 것까지 폭넓게 검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현재 의료 정보는 폐쇄된 공간에서 분산돼 관리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의료정보가 표준화되고 개인이 원하는 경우 안전한 보안체계를 통해 유통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의료정보의 이동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의료 영역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 실증 연구로 인한 기대 효과는 크다. 우선 블록체인 기술을 기본으로 한 개인건강기록을 유통하기 위한 플랫폼의 보편화가 기대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개방형 시범사업을 통해 국내 관련 병원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고 향후 컨소시엄 형태로 해외 진출을 하도록 추진된다.

국가적 진단 검사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의료정보 공유를 통해 환자 부담 진료비의 13% 절감 효과가 있으며 검사, 치료, 처방 건수도 63% 줄어드는 걸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전국 상급종합병원의 각종 영상 진단 검사료는 2조9923억원에 달한다. 한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의료영역에 도입해 세계적 선도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