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선수단을 구성하면서 현실론을 배제하지 않았다. 평소 분명한 것을 선호하는 김 감독의 성격은 대표팀 최종 명단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와일드카드로 차출하고 ‘신성’ 이강인(발렌시아)을 배제한 이유도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김 감독은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명으로 구성한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이 대표팀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23세 이하 선수 17명과 연령 제한을 받지 않는 와일드카드 선수 3명으로 구성된다. 김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황의조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조현우(대구)를 선택했다. 황의조와 손흥민은 26세, 조현우는 27세다.
축구계 안팎에서 와일드카드 중 하나로 거론됐던 석현준(트루아)은 부름을 받지 못했다. 김 감독은 공격진을 빠르게 구성할 전력이 필요했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그는 “석현준을 (황의조의) 비교 대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석현준을 제외하고 봐도 (황의조는) 컨디션이 좋다”며 “손흥민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베로나)의 합류 일정이 불분명하다. (공격진 가운데) 나상호(광주) 한 명으로 예선을 치를 수도 있다. 와일드카드에서 공격진 비중을 높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석현준이 아닌 황의조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학연, 지연, 의리와 같은 것은 없었다. 목표는 오직 좋은 성적이다. 금메달을 차지해 선수 스스로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게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출에 협조한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를 특별히 언급해 “감바 오사카에 감사하다. 그렇지 않아도 될 입장에서 협조했다”고 강조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한 23세 이하 선수들 가운데 황희찬과 이승우는 김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다만 이강인과 백승호(페랄라다)는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김 감독은 두 선수를 언급하며 황의조와 같은 이유, 다른 결과로 발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실론에 기반해 선택한 셈이다.
김 감독은 “선수를 점검하기 위해 훈련 명단에 포함해 (백승호와 이강인의 소속팀으로) 공문을 발송했고 ‘보낼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점검할 기회를 놓쳤다”며 “(선수를 직접 점검하지 않은) 간접 경험만으로 이 중요한 대회를 치를 수는 없다. 확실하게 점검하지 못해 감독으로서 차출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