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계엄문건 관련 모든 서류 제출”…송영무 경질 가능성 있나?

입력 2018-07-16 16:44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관련 모든 문건과 보고를 즉각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기무사 문건의 실행 가능성과 그 목적을 직접 파악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계엄령 문건에 대한 수사는 국방부의 특별수사단에서 엄정하게 수사를 하겠지만 이와 별도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가 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고 간 문서를 제출해야 할 기관은 계엄령 문건에 나와 있는 기관들로 국방부·기무사·육군참모본부·수도방위사령부·특전사 등과 그 예하부대”라고 설명했다.

◇ 청와대, 계엄문건 ‘실행 가능성 파악’ 목적

계엄령의 실제 실행 의도를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는 문건이 일선 부대로 얼마만큼 전달됐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계엄령 문건에 명시돼 있는 모든 기관들의 보고문건을 제출하라고 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사진=군인권센터 제공

계엄문건은 증원 가능한 부대로 기계화 5개 사단(8·20·26·30사단·수도기계화사령부), 특전 3개 여단(1·3·9여단)과 707 특임대대 등을 명시하고 있다.

기무사가 문건 작성과정에서 이들 부대에 계엄 문건을 발신해 협조를 구하는 교신을 했거나 예하부대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만들었다면 기무사가 단순히 비상시 치안유지가 아닌 실제 계엄령 실행을 고려해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 육군 중심의 ‘친위 쿠데타’ 의혹까지…

군 인권센터는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이 단순 실행이 아닌 육군 중심의 ‘친위 쿠데타’를 준비한 문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본래 계엄령의 주무부서는 합동참모본부로, 기무사는 계엄령 선포와 크게 관련이 없는 기관이다. 하지만 문건은 계엄사령관으로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을 지목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비(非)육사 출신인 당시 합참의장 이순진 대장(3사 14기)을 제외하고 육군 중심의 ‘친위쿠데타’를 계획하지 않았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지난 4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건에 기록된 정치권 반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계획도 이러한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기무사가 단순치안의도로 문건을 만들었다면 국회의 반발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건에는 위수령 선포 이후 국회가 ‘위수령 폐지 법안’을 마련할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통해 2개월의 시간을 벌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거부권 행사를 통해 계엄령이 선포되기 전까지 시간을 벌 경우 국회에 군 병력이 배치되고 국회의원들을 체포, 구금해 국회의 거부권행사를 막을 수 있다.

기무사는 계엄령 선포 시 보도검열단 및 합동수사본수 언론대책반, 방송통신위원회 유언비어 대응반 운영 등의 ‘여론선동·언론탄압’ 계획도 세웠다.

비록 독립수사단이 비육군 출신으로 구성됐지만 친위 쿠데타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국방부에게만 수사를 맡겨둘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 ‘송영무 경질되나…?’

문 대통령이 직접 계엄문건 관련 모든 보고를 제출받겠다는 지시는 송 장관을 향한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송 장관은 기무사로부터 계엄문건을 건네 받고도 4개월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국방부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4월 30일 청와대 참모진들과 기무사 개혁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문건의 존재와 내용의 문제점을 간략히 언급했다”고 밝혔다. 다만 “국방부 내부적으로 법적분석과 정무적 고려를 위해 청와대에 문건을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외부 고위 공직자에게 법리 검토를 맡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에서 이를 부인하자 “국방부가 외부에 법률 검토를 맡겼다는 것은 착오였다”며 “국방부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진행했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문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진 군 특별수사단이 송 장관까지 수사선 상에 둘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기무사 문건에 대한 ‘송영무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청와대는 송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답해야 할 때”라고 경질을 요구했다.

박태환 인턴기자